대통령이 공정(公正)의 얘기를 꺼낸 이후로 모든 신문 방송 등 언론이 총동원하여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를 놓고 몇 개월간 식을 줄 모르고 화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외국 학자가 거론한 것을 가지고 아직도 정의에 대한 저마다의 진단이 물 끓듯 하다. 시론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먼저 그것에 의문을 던지며 도대체 우리에게 공정이란 말을 꺼낼 자격이 있는가를 자문해본다.
오래전부터 부정 비리 척결 운동을 해오면서 한 번도 실효를 거둔 적 없이 유야무야 되어 버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첫째로 화재를 던지고 싶다. 우리에게 진정 공정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이다. 지금은 덜 하지만 양반 아니면 살 수 없는, 양반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쌍놈 천민은 아예 영원한 쌍놈이기에 언제 어디를 가도 천대 받은 역사와 사회였다. 어딜 쌍놈이 배워서 무엇하며, 배웠다고 한들 어디 감히 양반 행세를 하려 거들 럭 거리느냐, 그리고 어디를 가도 무슨 사건이 터지면 감히 어린것들이 까부느냐, 몇 살 먹었느냐, 애비 어미도 없느냐, 그것도 모자라 어느 학교 나왔느냐, 고향이 어디냐 하고 따지고 들면 인권이건 정의건 공정은 없어진다.
또 그 반대로 공권력이 부정과 부패에 연루되어 불공정한 반사회적 반 인권적 만행을 보는 게 다반사다. 공정하게 법을 다루는 법조계가 제일 불공정하게 특권층을 봐주고 권력을 남용하여 공정한 판결을 못하고 있음을 하루걸러 뉴스를 타고 있다. 가까운 예를 들어 보자. 집안의 가장이 뻔히 공정치 못하게 위장 전입하거나 직권을 남용하거나, 탈세를 조장하거나, 권력을 빌미로 정보를 독점하여 재산을 치부하는 행위들. 관료 생활하면서 일 년에 몇 억씩 번다면 절대 잘못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게 상례다. 이미 지나간 얘기지만 김태호 총리 후보가 위장 전입 따위로 그리고 부패 당사자와 사진까지 찍어놓고 아니라고 큰 소리 치다가 퇴출될 줄은 그 자신이나 여당 수뇌부도 생각지 안했을 정도로 불공정함에 마비된 상태가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텃세, 지방색, 학벌, 색깔론 따지는 세상엔 공정은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거기부터 공정은 깨지고 그것이 사회 공정의 함몰이 시작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법 비리 부패로 버는 돈을 나무라지 않는다면 아니 오히려 조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 그 불법 비리 부패로 인하여 그 어느 상대자가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사회는 끝장이라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남들도 다 하는데,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왜 못해, 못하면 바보 병신 더 나아가 쓸모없고 능력 없고, 착하게 굴면 누가 봐줄리 없는 패자라고 낙인찍히는데, 자라날 아이들 연약한 노부부위해 그까짓 것 좀 했다고, 당연히 용서가 될 거라고 믿는 풍토라면 더럽고 치사한 인생 끝내고 싶다는 사람이 속출하고 사실상 속출하고 있어 세계에서 자살 건수가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손발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궂은일 다하며 정직하게 순박하게 법을 지키며 공정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절망을 주고 기회를 박탈하고 거지꼴로 타락시키는 이러한 불공정한 풍토는 바로 이웃 우리 가정 우리 의식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그 시민들이 먹고 버린 것이 한해 수백 만 톤, 아무데나 버리는 못된 버릇부터 그 고귀한 공정함이 깨지고 만다. 나만 잘되고 내 새끼만 잘되면 됐지 남이 밥을 줘 떡을 줘 그들 걱정 할 바 아니야 제 밥그릇이나 챙겨라 아무리 그래도 떠들지 마라, 공정은 무슨 먹다버린 개뼈다귀냐, 없는 타령 그만해라, 돈이 사람 행세 지켜준다, 사실 나도 그 말이 사실이기에 할 말을 잃는다. 우리 모두가 불공정한데 무엇을 따지랴. 무세중(통일예술가, 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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