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플러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에 대한 편향 왜곡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한국이 중국의 혹시 일어날지 모를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에 자동 개입은 피해야’
본고는 ‘이재봉의 평화세상’에 지난 5월 2일 기고한 글을 본지가 발췌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 남짓 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러시아 전쟁으로 이어지고 나토-러시아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세 멈출 것 같지 않고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전쟁의 일환인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선전 선동(propaganda)에 따라 언론의 편향 왜곡이 넘친다.
첫째, 전쟁의 명칭에 관해 혼란스럽다. 대부분 언론이 쓰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2014년 돈바스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내전을 가리키기 쉽다. 이 명칭엔 전쟁터만 드러나고 전쟁 주체들이 빠져 있다.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과 마찬가지다. 침략국을 비롯한 전쟁 당사국을 모두 열거하기 어렵다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War in Ukraine)’이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지 않을까 한다.
둘째, 전쟁의 원인에 관해. 이 전쟁 보도에 ‘왜’는 없고‘ 어떻게’만 나온다. 개인 간에든 집단 간에든 싸움이나 사건이 일어나면 맨 먼저 원인과 배경을 따지기 마련이다. 러시아 견제를 위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이라는 미국의 호전적 대외정책에 관한 보도는 거의 없다. 러시아의 침공과 처참한 민간인 학살만 부각되고 있다.
셋째, 러시아에 대한 비난, 규탄, 제재에 관해. 무슨 이유로든 전쟁 일으키는 건 천인공노하고 천벌 받을 짓이다. 전쟁을 시작한 나라에 대한 비난 못지않게 전쟁을 부추긴 나라도 비난받아야 한다. 개인 싸움에서든 국가 싸움에서든 먼저 때린 쪽이 나쁘다. 처벌받아야한다. 끊임없이 시비 걸며 자극하는 것도 죄악이다. 역시 처벌받아야 하지 않을까. 전쟁 관련 보도에 ‘원인’은 없고 ‘과정’만 나오듯,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를 비난하고 규탄하며 제재하는데, 전쟁을 부추겨온 미국은 약자를 도와주는 착한 정의의 사도처럼 간주된다.
넷째,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관해. 우방이라도 침략국을 두둔하거나 지원하는 건 나쁘다. 따라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에 대한 비판은 좋지만, 중국에 대해서만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이 침략국이 될 때마다 한국은 비판은커녕 동참하며 지원했다는 사실도 기억하는 게 좋다.
다섯째,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관해.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늘리자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 및 러시아 제재가 지속. 증폭돼 러시아가 궁지에 몰리면 핵무기를 터뜨릴지 모른다. 핵무기 사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유일한 사례인 1945년 8월 일본에서 미국 핵무기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이나 군인들 아닌 무고한 시민들을 대량 학살했다.
여섯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관해. 그를 영웅시하는 건 잘못이다. 침공한 쪽보다 침략당한 쪽을 동정하고, 강자보다 약자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과 수도를 지키겠다며 직접 총 잡고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그가, 전쟁에 대한 준비 없이 허풍떨다 전쟁이 터지자 국민과 수도를 팽개치고 잽싸게 도망친 이승만보다는 훌륭하다. 그러나 외교로 전쟁을 피할 수 있었는데도, 전쟁을 불러 수많은 국민을 죽음으로 이끄는 그가 진짜 영웅일까. 병 주고 약 주는 것보다 병을 예방하는 게 백번 낫고 훨씬 훌륭하다.
일곱째,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관해. 종교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이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성금 모으고 있다. 아름다운 일이다. 바람직하다. 현대 전쟁에서는 군인들보다 무고한 민간인들이 너덧 배 많이 죽는다는 통계가 있다. 이와 함께 되돌아볼 일도 적지 않다. 지난날 베트남,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미국이 침공한 수 많은 나라들의 전쟁 난민에 대해서도 이렇게 관심 갖고 지원했는지. 특히 베트남에서는 미군 못지않게 한국군대가 양민 학살을 많이 저질렀는데 이들 유가족들을 지원하기는커녕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여덟째, 전쟁의 교훈에 관해. 우크라이나와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비슷하다는 얘기가 많다. 미국의 러시아 견제. 봉쇄 정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졌는데, 미국의 중국 견제. 봉쇄 정책에 따라 한국이 전쟁에 휘말릴지 모른다.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과 중립 외교를 펼쳤다면 전쟁터가 되었을까. 2000년대부터 우크라이나 중립화가 논의됐다. 이번 러시아 침공 직전엔 앞에서도 밝혔듯, 독일과 프랑스가 중립화를 추진했지만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반대했다. 요즘 휴전. 종전 협상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중립화다. 참고로, 중립이란 다른 나라들이 전쟁할 때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편들지 않는 외교정책이다. 일시 중립도 있고 영세 중립도 있으며 무장 중립도 있고 비무장 중립도 있으니, 한국도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의 중국 견제. 봉쇄 정책이 날로 심화할 텐데, 한미 군사동맹 때문에 우리까지 중국을 적대시하며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에까지 끌려갈 수는 없지 않은가.
불행히도 한국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와 비슷할 것 같다. 미국이 6월의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하겠다고 했다. 러시아와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겠다고 예고한 터다. 윤석열은 미국의 초청에 영광이라 생각하며 주저 없이 동참할 것 같다. 이뿐 아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 봉쇄를 위한 인도. 태평양 전략의 쿼드에 끼고 싶어 안달인 모양이다. 중국이 보복하면 대국이 속 좁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한국이 중국의 보복을 부르며 혹시 일어날지 모를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에 자동 개입되는 건 꼭 피해야 한다. 윤석열은 젤렌스키처럼 까짓것 한 판 붙으면 될 것 아니냐고 용감하게 나설지 모르지만, 무고한 수많은 국민의 피해와 희생은 어찌할 것인가. 글/이재봉(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글씨/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한국이 중국의 혹시 일어날지 모를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에 자동 개입은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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