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셀라 보크는 미국의 도덕 철학 전문가다. 그녀는 1978년 ‘거짓말하기’라는 책을 냈다. 보크는 거짓말을 열한 가지로 나눈다.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은 하얀 거짓말이다. 상대를 해칠 의도가 전혀 없는 종류로, 플라시보(placebo·위약·僞樂)를 사용하는 것 같은 행위를 의미한다. 그 다음은 핑계를 대는 행위,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 동료를 보호하려 하는 거짓말과 기만적인 사회과학 연구 등에 대한 논의가 뒤를 잇는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테러해 선거 무력화 공작을 위해 한나라당 최구식의원 수행비서가 범행을 저질렀다. 국가기간에 대한 사이버테러를,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뿌리째 흔드는 행위를 집권여당의 의원비서가 자행했다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내집에서 키우던 개가 지나가는 사람을 물어도 주인이 책임을 지는게 상식이다. 물린사람은 아파죽겠는데 나는 책임이 없다. 물라고 시키지 않았으니 상관없다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리더가 조직의 문제를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죽기 살기로 해결할 의지가 보여야 한다. 홍준표 당대표는 책임만 회피할려고 하고 남자답지도 못하다. 많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대표가 한나라당원 입장에서 국민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빌면 정직하게 살아온 박근혜대표를 봐서라도 용서를 할지 모르겠다. 의사는 죽어가는 환자의 공포와 불안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옳은가. 교수가 추천서를 쓸 때 우수하지 않은 학생을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도덕적인가. 기자는 부패를 폭로하기 위해 취재원에게 신분을 속여도 괜찮은가. 보크가 제기하는 이러한 질문들은 거짓말이 우리 일생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알려준다.
보크가 중요하게 취급하는 거짓말의 하나는 공직자의 기만적 행위다. 1960년 미국인들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U-2기 사건에 대해 거짓말한 사실을 알고는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인다. 그는 국민을 속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단단했기 때문이다. 그 뒤 월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겪으며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1975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9%의 미국인은 정치 지도자들이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 왔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닉슨은 거짓말 때문에 자리를 물러나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그 후 미국 사회에서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한 관용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0.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처를 옮기면서도 서울을 곧 사수(死守)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1961. 5.16 박정희 소장은 군사쿠테타를 일으켜 혁명에 성공한다. 그는 나라가 안정되면 민간에게 이양하겠다고 공약한다. 그리고 유신헌법을 만들고 난 뒤 18년을 대통령으로 군림했다.
근거 없는 의원들의 기획폭로회견은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나마 최근 정치인의 발언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보도가 증가하는 점은 다행이다. 보크는 계획적 거짓말이 가장 나쁘다고 말했다. 적어도 그러한 거짓말은 솎아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정치인과 콧털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아는가? 조심조심 신중하게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절벽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는데도 여·야당의원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속이고 제 살 궁리에만 골몰한 모습이 참 딱하기 그지없다. 정의가 살아 넘치고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박태원/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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