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의 이야기 정거장
연극무대로 환생한 ‘월이’
10월 22일 고성향토문화선양회(회장 박서영)가 올해로 세 번째 축제의 깃발을 펄럭이는데, 나는 경남 고성(固城) 출신으로서 2017년 첫 회부터 무대 공연 극작가로 참여했다.
창작무 ‘월이 춤’에 이어 제2회 때는 모노드라마 1인 콩트극 ‘월이’였다. 이번 제3회를 맞아서는 본격적인 연극무대로 ‘월이’ 환생이랄까, 그야말로 의녀 월이의 영원한 고향 품속 고성 가을하늘 아래 역사 속 존재감을 반짝이며 활짝 꽃피운다.
진주에 논개가 있다면 고성엔 월이가 있는 것이다.
고성 무기정(舞妓亭) 기생 월이(月伊)는 임진왜란을 일으키려고 잠입한 일본 밀정이 그린 당항포와 고성 해안의 지도를 몰래 바꿔놓는다. 요컨대 먹물로 칠해진 간사지 쪽 바닷길을 고성만 수남동 철뚝 앞바다로 연결, 통영과 남해안으로 통하는 걸로 감쪽같이 고쳐놓은 것이다. 그것을 길라잡이로 조선에 쳐들어온 왜군을 이순신 장군이 육지로 막힌 고성읍 쪽으로 유인하듯 몰아붙여 막다른 골목, 독안에 든 쥐처럼 몽땅 가둬 몰살, 수장시키는 당항포 대승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지금도 그곳엔 왜군이 속았다고 속싯개라는 바닷가 지명이 있는가 하면, 왜군들 시체머리가 바닷물에 둥둥 떠밀려 산더미처럼 쌓였다 해서 두호 머릿개, 잡안개, 도망개… 심지어는 일본말까지 그대로 생생하게 살려서 왜군 수장 몰살을 기념(?)해 ‘군징이’ 핏골이라는 갯마을까지 생겨났었다. 이순신 장군의 당항포 대첩 후에 훈장처럼 생긴 갯가 동네 이름들이다.
내가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활성화 사전지원작으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 <간사지> 연극 속에서 펼쳤던 월이제가 실제로 현실화되어 격년제로 열리며 향토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코로나로 한 해 건너뛰어 열리는 셈이다. 대신 나는 축제가 안 열린 작년 2021년 한국문인협회서 발행하는 <월간문학> 3월호에 ‘월이’ 희곡을 정식으로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 작품이 바로 이번 월이제 연극무대에서 첫 선을 보이는 초연창작극이다. 초연창작극은 흔히들 작가에게서 ‘처녀성’을 바치는 것과 비교된다. 더욱이 내 고향인 고성 땅에서 한편의 농익은 연극으로서 제대로 모양새를 갖춘 공연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공연장도 내가 다녔던 고성중학교 이웃인 고성군 국민체육센터다.
아무쪼록 제2회 축제 때부터 동참한 최성봉 연출과 이번에도 손발을 맞췄다. 그는 서울과 마산을 오가며 연출력을 폭발하는가 하면, 올 봄부터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로 전국순회공연을 할 정도로 바쁜 몸이다.
연기자들 또한 대학로에서도 내로라하며 연기 실력을 뽐내는 전국구 베테랑들인데, 내가 작가로서 연습장을 찾았을 때 그들의 마지막 리허설은 실제 공연을 뺨칠 정도였다고나 할까! 타이틀 롤 월이 역을 맡은 박무영(사진) 배우의 기생 춤이 돋보이는 열정적인 연기에다, 이순신 장군 역의 윤승원 배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연기자로서의 그 아우라가 시선을 꼼짝없이 붙들어 맸다. 그는 한때 TV드라마 <토지>에서도 인기를 끈 관록파 연기자다. 경기도와 대학로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한록수 배우는 월이 동료 기생방장 역을 맡아 그동안 가꿔온 배우로서의 ‘끼’를 한껏 뽐냈다.
첩자역의 하성민 배우는 아주 섬세하고 변화무쌍한 연기로 주목을 받았고, 왜장 역의 강민조 역시 제 역할을 똑 따먹는 알짜 연기로 동료들과 열띤 연기 대결을 펼쳤다. 이상 다섯 명의 출연배우 앙상블이 연극무대로 환생한 월이의 역사적 존재감을 다시금 더욱 빛나게 했다. 거기에다 하영화 기획의 연극살림 콘텐츠도 한몫했다.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온 월이축제 집행부의 심의표 문화전사도 자리를 함께하여 리허설이 끝나고 모두 한데 모여 사진 한 컷을 건질 수 있었다. 글/ 최송림(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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