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때 단짝처럼 지내던 친구가 찾아왔다. 30년만인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좀 야위었다. 당뇨를 심하게 앓았단다.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이력서를 내밀었다. 내 입은 "힘써볼게" 말했지만, 내 눈은 먼 산을 바라봤다.
난 왜 이리 각박하지? 요즘 시끄러운 저축은행 사건을 보면 고등학교 선·후배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대단했다던데, 주변을 보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도 고향만 같으면 바로 같은 편이 되던데…. 나는 여태껏 연줄 덕 본 적, 아는 사람 편리 봐준 적도 한번 없다. 어제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군 입대한 조카가 전방에 배치 받을 것 같은데 후방으로 빼달라는 것이었다. "걔가 애비도 없이 엄마 혼잔데 불쌍 하잖냐?" "어머니, 그런 일 나중에 다 알려져요. 그래도 돼요?" 어머니는 섭섭한 듯 전화를 끊으셨다. 30년 만에 찾아온 친구야, 미안하다. 나 원래 이런 놈이다.
국회의원 차명진(부천 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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