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도 A/S를
온 나라를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게 하곤 하는 선거 때면 떠오르는 희망사항이 하나 있다. 즉 선거에서 모든 후보자와 지지자들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그 많은 물적,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 부어 넣는 만큼, 우리나라의 정치가 성숙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문화 속에 살기 때문에 우리의 잘못이 잘못인줄 모르는 예가 많다. 예를 들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사실 서울에 가서 무얼 하느냐가 중요한데 어떻게 가든 가 놓고 보자는 것이다. 대학입학의 경우에는 일단 들어가 놓고 보자 하여 합격 자체가 목표인 듯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대학입학이 학문을 배우기 위한 한 과정이듯, 정치적 당선은 국가적 봉사를 위한 한 과정인 것을 잊고 있는 예가 많다. 제임스 클라크의 말처럼 “다음 선거만을 생각하는 정치꾼은 많아도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경세가(經世家)>는 적다” “당선은 목적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요 과정이다” 사실 일은 지금부터이다.
당선자들이나 그들의 지지자나 반대자, 심지어 기권자에게까지 할 일이 많다. 당선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어려운 과제가 많을 것이다. ‘정치란 부자의 돈과 가난한 자의 표를 몰아 서로를 상대방으로부터 보호하여 주리라는 약속을 하는 예술’이라고 하였듯이 원래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좋은 정치를 펴는 데는 어느 누구보다 이들 당선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제언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유권자인 일반 국민이 해야 할 일들만 예기하고자 한다.
보다 나은 정치를 위해서는 이들 당선자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그 외에도 이들이 당선되도록 지지한 사람 또는 기권한 사람을 포함한 전(全)국민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당선자들은 우리 생산자 국민이 내어놓은 산물(産物)이다. 우리는 이 산물에 대해 생산자로서 ‘판매 후 사후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우리나라의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의원 A/S용 제품 검사표를 만들고 다음의 질문을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귀하는 귀하 지역구 출신 의원, 시장 사무실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알고 있습니까? 국회나 시, 도의회에 상정된 법안, 조례는 무엇이 있었으며 그 후 쟁점은 무엇이었으며 귀하의 의원이 이를 의안에 어떻게 투표하였는지 아십니까? 또는 이들에 관해 의원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까? 귀하는 취직 부탁이나 경조사 고지서(?)외에 국회운영이나 상정중인 법안 등에 관해 몇 번이나 의원에게 연락하였습니까? 귀하는 그 의원이 선거에서 한 약속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있으며 실행된 것과 실행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습니까? 혹시 어느 의원의 후원 회원이면 그 자연인보다도 어떤 정책을 후원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한 것입니까?
이 외에도 이 검사표에 여러 가지 많은 항목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몇 개의 질문에 대해 ‘예’ 보다 ‘아니오’ 또는 ‘없다’라는 대답이 많으면 우리나라 정치의 낙후에 대한 최대의 책임자는 다름 아닌 유권자 우리들이다.
하긴 ‘정치에서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사람들의 망각증이다’라고 갈브레이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잊는다. 아니 오히려 그 많은 공약을 늘어놓은 입후보자는 유권자들이 그가 한 공약을 잊어버리길 바랄 것이다.
그런데 이때 그렇게 많은 날 동안 그렇게 많은 우리의 정신적. 물질적. 노력을 들여 뽑아놓은 대표를 우리는 왜 방치해 두어 쓸모없게 만드는가 하고 묻고 싶다. 이것은 국가자원의 낭비이다. 그렇게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경제. 사회에 주름살이 가도록 힘들여 뽑아놓고 고작 한다는 것이 취직부탁, 축사부탁, 화환부탁, 마을 앞 도로 포장인가?
보다 더 크게 보다 더 멀리 보아야겠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제품에 대해 책임지고 사후관리(A/S)를 잘하여 나라살림 잘 꾸려 나가기를 제언한다. 이것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책임이다. 뽑혀 나온 대표들의 품질관리 역시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글/ 이경원(서울대, 대학원졸, 일리노이 대학교 경제학 박사 문화일보논설위원, 대진대국제학부교수, 경기북부미래포럼대표)
20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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