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결의 저력
내 생애에 이토록 오천만이 사는 나라 전체가 하나 되어 붕뜨듯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한적을 보지 못했다. 웬만한 곳, 큰 TV가 있는 곳, 어디든 모여서 모든 사람들이 붉은 티셔츠는 물론 모자 수건 깃발 등 저마다 특이한 붉은 색깔의 액세서리들을 걸치거나 분장을 하고 가족끼리 애인끼리 동창끼리 동료끼리 끼리끼리 삼삼오오 기쁜 얼굴을 갖고 경기 중 희비가 엇갈릴 때마다 어린아이들처럼 방방 뜨며 껴안고 소리 지르고 딩구르고 노래 부르며 온천지 온 나라 온 거리 온 마당마다 환희의 물결이 넘쳐흐른 적은 없었다.
아 이렇게 축구 하나가 온 나라 온 겨레를 쥐였다 놨다 할 수 있구나.
그 무엇이 그 어떤 것이 너와 나를 떠나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물을 정도로 나는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저토록 환호하며 날뛰는 동포들의 울부짖음에 감동의 감동을 받고 가슴이 벅찼다.
그게 바로 통일이 되는 날 그렇지 아니할까 착각하고 또 착각해도 기쁨의 눈물이 터져 나올 테고 한편으로 공포가 사무쳐올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왜 아니겠는가. 축구 경기보다 통일이 천배 만 배 다르고 역사가 바뀌고 민족이 다시 태여 나는데 더 이싱 바랄게 무엇이 있을까보냐마는 그것은 착각이었을 뿐 단지 연상해 본 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남한으로 말하면 빨갱이라나 말은 말 그대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취급으로 끝장난 놈 죽일 놈으로 얼마나 많은 제 민족끼리 참살하고 학살했으며 그렇게 지나온 반세기가 넘었으며 모택동 스탈린 김일성이 죽은 지 오래되었어도 아직도 빨갱이를 철저히 매장시키는 풍토에서 빨갱이 색깔의 옷을 입고 온 나라가 빨간 물결로 덮여지고 출렁이고 있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의 일, 꿈이나 꿀 수 있었던가.
축구 경기 중에 북한 축구 선수인 정대세의 눈물을 보고 끝내 감격하고 말았다.
그 어린 선수의 말속에 통일된 나라에서 통일된 축구팀으로 출전해서 박지성 형과 함께 세계를 놀랠 수 있었더라면 하면서 죽죽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의 얼굴에서 전율을 느끼면서 우리의 축구 열광이 통일의 열광으로 바꿔진다면 엄청난 괴력으로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 본다.
나라가 생긴 지 수천 년 동안에 2010년 6월 26일 토요일 밤 11시는 남아공에서 월드컵 축구 경기 16강을 앞에 놓고 아르헨티나와 한판 승부를 겨룰 때처럼 온 한겨레 온 국민이 국토 전반에 걸쳐 시선을 그곳에 집결해서 쏟아 부은 열광이 그간 우리 단군 역사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만 저만 보통일이 아닐 것이다.
첫째로 우리 국민 한사람도 빠짐없이 한 날 한 시에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에 서슴지 않고 동원 할 수 있다는 것.
둘째로 그런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 어느 독재자도 외래 침락자도 이 무서운 집결력에 대결 할 수 없다는 점.
셋째로 그 어느 지배자 통치자가 우리 국민이 바보 같고 어수룩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판단 못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6.2 선거처럼, 우리 국민들은 때가되면 과감히 나서서 우리의 운명을 결정질것이라는 믿음이 확실해져서 우리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는 점 역시 이번 전 국민이 열광한 월드컵 응원 열기를 통해 입증해냈다는 것이다.
한국 전쟁 후 60여 년간 빨갱이와의 싸움에서 아직도 좌파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풍토에서 우리는 북한의 어려운 사정에 아 낌없는 나눔을 주어왔고 빨갱이 이념과는 달리 빨간 티셔츠를 안 입은 사람 없이 빨강과 친숙해져 있는 위대한 국민은 언젠가 남북통일 국민 대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무세중(논설위원, 통일예술가)
20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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