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1)
인도북부 ‘레'로 가는 길
잠을 설친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인도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친구가 인도여행을 몇 차례 권했지만 그때마다 시큰둥했었는데 갑자기 평생에 한번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주 하고도 +3일의 인도배낭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7월 8일 아침, 서울에서 10시간 넘게 날아가 인도의 수도 뉴델리 도착했다. 뉴델리에 첫인상은 이곳저곳에서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늑대만한 개들이 소 배설물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누워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사람들은 외국인들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바쁘면서도 여유롭게 움직인다.
인도의 첫 일정은 건물 벽, 전체가 붉은 빛을 띠고 있는 델리성이다. 일명 붉은성(城)이라고도 불린다. 2.5km의 규모의 붉은성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웅장하다. 하지만 한쪽의 성을 보수하고 있는 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뭐지 싶을 정도로 어설프다.
성의 특징인 붉은색 벽이 중간 중간 보수한 티가 확연히 들어날 정도로 색을 맞추지 않고 끼어 넣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인데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해가 거의 저물어가는 시간에 붉은 성은 붉은 하늘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한동안 말을 잊지 못 할 정도로 묘한 신비감 속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우리는 복잡한 인도의 중심지를 뒤로하고 우기와 폭염을 피해 북부지역인 마날리로 올라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침 우리가 마날리에 도착해 머무는 동안, 운 좋게 마을템플축제가 시작되었다. 50인분은 족히 끓일 수 있는 여러 개의 거대한 솥에 밥과 카레 넣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드리고 저녁을 함께 먹는다.
낯선 외국인도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밥을 먹고 가라고 권한다. 이 동네 인심이 우리네 시골 인심만큼이나 좋다. 인도에서는 어디에 꼭꼭 숨어있는지 여자들이 보기 어려웠는데 축제라 그런지 여자들도 모두 나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아이들도 신이 났다.
남자아이들은 넘어질까 아슬아슬할 정도로 뛰어놀고, 여자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돌멩이로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가만히 지켜보던 우리 일행도 어느새 공기놀이를 함께 하고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아 방법을 알려줄 턱이 없는데, 시원스레 낙아 채는 돌멩이를 보면 환호성을 지르다가도 놓치는 돌멩이를 보며 아쉬워하기도 하는 우리네 공기놀이와 방법이 너무나 비슷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도 오랜만에 한바탕 공기놀이를 한 후, 마을 높은 곳에 올라 히말라야 설산을 감상했다. 석양이 히말라야 설산을 화폭 삼아 형형색색의 장엄한 공연을 시작한다.
우리에게 다음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 우리의 계획은 고산지대인 ‘레'로 올라가는 버스를 예약했으나 입에 맞지 않는 음식과 갑작스런 긴 여행의 피로를 풀지 못해 일부는 탈이 나고, 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레'를 포기하고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맥그로드 간즈’로 향했다.
‘맥그로드 간즈’는 티벳의 망명정부가 있는 곳으로 인도 속의 작은 티벳이라 불릴 만큼 인도인보다는 티벳인이 많이 산다. 우리나라의 임시정부시절을 생각하게하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티벳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하고 생김새도 많이 닮았다. 동료들은 점점 검게 그을려가는 나를 보며 이곳 현지인들하고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흡사하다는 우스갯소리로 나를 미소 짓게했다.
특히 티벳 할머니들의 검게 그을린 피부와 온화한 미소는 몇 해 전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 생각을 하게해 할머니들을 볼 때 마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곳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이 몸을 추스르는데 큰 힘이 됐고, 운 좋게도 인도여행의 전문가들을 만나 우리가 미루어둔 ‘레’를 가기로 했다. '레’는 인도의 가장 높은 고산관광의 중심지로 ‘판공초’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다음호 계속)
신비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1)
박우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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