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이야기-이주노동자와 라이 따이한
베트남에서 라이따이한(한국인과 베트남인의 2세)을 돌보는 분이 있어서 그 분의 안내로 그 실태를 알아보고자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라이따이한은 베트남 전쟁 때에 파병된 군인이나 함께 간 사업자들과 베트남 여인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서 전후 한국과 베트남의 국교가 수립되지 않아 그대로 방치되었다.
수교 후 이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 한국 정부의 책임문제가 논의되기도 하고 일부 라이따이한은 한국에 초빙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 온 분들은 대부분 적응하지 못해 프랑스 등 제 3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지나서 그 분들이 대개 중년이 되어서 잊힌 이슈가 되었지만, 현재도 베트남에 사업 등 여러 목적으로 간 사람들과 베트남 여인과의 사이에서 적지 않은 라이따이한이 태어나고 있어서 그냥 개인적 문제로 덮어버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우리 일행이 방문하여 만난 라이따이한들은 아직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전쟁 때에 한국인과 살았던 한 여인은 이제 할머니가 되어 손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 분의 집은 허름한 서민아파트인데, 좁은 방 한 칸에 대여섯 명의 식구가 함께 살고 있었다.
그 분이 낳은 라이따이한은 사회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가출한 상태이고 그 자녀들을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데, 마땅한 수입이 없어 자녀들을 제대로 공부시키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장학금을 전달받자 함박 웃음을 머금고 기뻐하신다. 또 다른 할머니는 전달해준 기금으로 리어카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연세가 들어 리어카행상이 힘들지만 그나마 장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한 분의 라이따이한의 자녀는 미장원 장비구입조로 60만원을 전달받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라이따이한을 만나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은 침략을 당한 나라에서는 침략국을 증오하는데, 베트남에서는 한국을 전혀 증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의 유시 때문이라고 한다. 호치민은 베트남을 침공한 나라(중국,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들은 경계해야 하지만, 베트남 전쟁 때에 참전한 나라들은 어쩔 수 없이 군대를 파송했기 때문에 모두 용서하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한국정부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침략전쟁에 참여한 것에 사죄를 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해 전혀 경계심을 갖지 않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에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경제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특히 대우 그룹의 김우중 씨는 국빈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귀국한 노동자들도 한국에 대단히 우호적이다. 우리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운 황 반 씨의 형을 만나러 갔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로 가는 길목에 황 반 씨의 집이 있었다. 일정이 확실치 않아 미리 연락을 하지 못하고 가는 도중에 전화를 했는데도 황 반의 형 가족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황 반 씨의 형 황민씨도 한국에서 부인과 함께 12년을 미등록상태로 일을 하였고, 그 결과로 적지 않은 돈을 모아 4층 빌딩을 지을 수 있었다. 귀국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황민 씨는 현재 한국에서 배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생수장사를 하고 있는데, 동생은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 베트남에서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힘들게 소위 3D 업종에서 항상 강제출국의 위협으로 불안하게 일을 하였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일한 덕분으로 자신들의 안락한 삶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한국생활에 만족을 표했다.
우리를 안내한 분은 오히려 한국정부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분의 이야기에 의하면 한국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너무 베트남 현지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였다. 두어 달 전에 베트남 신문에 한국정부가 의도적으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여 추방하였다고 보도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2천명의 강제추방자 중에 1천 명이 베트남 노동자였다고 한다. 이 보도를 직접 확인하지 못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고 또한 현재 한국에 수많은 나라의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있어서 베트남 노동자를 그렇게 많이 강제 출국시켰다는 것에 대해 의아심도 들지만, 이후 베트남 정부에서는 베트남에 있는 한국인에 대해 비자발급 등을 엄격하게 적응해서 현지 한국인들이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 결과로 비자발급에 어려움을 겪어 3백여 명에 달하던 한국인 여행안내자들이 1백여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 안내자의 불만을 들으면서 과연 한국정부에서 강력히 펼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체추방정책이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가 묻게 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영세 기업의 입장에서 한국말이 어느 정도 통하고 숙련된 이주노동자들이 필요하고,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장기체류해야 돈을 모을 수 있고, 그리고 이주노동자들 송출하는 나라에 있는 현지 한국인들도 어느 정도 비자문제로 융통성을 누리게 되어야 하는데, 현재처럼 강제출국 위주의 정책을 왜 해야 되는지 묻게 된다.
송출업에 관련되어 막대한 이해관계에 놓인 당국이나 관련 기관이 아니라면, 다시 한 번 강력한 단속정책에 대해서 재고할 필요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있는 동안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열악한 공장에서 일을 하여 어느 정도 돈을 모을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자진 출국하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인 정책이 아닐까 반문하게 된다.
글/최정의팔, 최 목사는 서울대학교와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외국노동자대표로 착한커피 판매회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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