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의 미공개 양주문화기행
임금님의 딸 사랑 ‘사패산’
(본고는 향토사학자인 김성수 전 국회의원(양주)의 미공개 ‘양주문화기행2’ 원고에서 발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패산(賜牌山)은 의정부시 가능동과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사이에 솟은 해발 552m의 명산으로 포대능선을 연결고리로 도봉산과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산이다. 이 산은 빼어난 암석미를 자랑하는 바위산이다. 평소 산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안골유원지와 송추계곡을 품은 산이라고 지칭하면 아하 거기! 하고 금방 알아차리는 우리와 친근한 산이다.
사패산은 멀리서 바라볼 때 삿갓을 쓴 모양이라고 해서 흔히 삿갓산 또는 갓바위산이라고도 불린다. 빼어난 산수와 유서 깊은 역사, 따뜻한 이야기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에 있는 도봉산에 늘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사패산의 유래는 중종의 사위로 둘째 딸인 의혜공주 남편인 한경록 묘을 산 아래 쓰고 그 후손에게 사패전(賜牌田, 왕이 신하에게 특별히 하사하는 토지)을 주었다는 일화에서 유래됐다. 지금도 사패산 중턱 배나무골과 샘골(일명 사이골) 사이에 의혜공주 공주와 한경록의 무덤이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또 선조가 여섯째 딸인 ‘정휘 옹주’를 위해 사위 유정량에게 혼인과 동시에 사패산 일대를 사패지로 하사했기에 자연스럽게 사패산으로 불렸다 한다. 현재는 사패산 아래 정휘 옹주와 유정량의 무덤이 있었으나 후손들이 남양주 덕송리로 이장했다. 어쨌든 중종과 선조 임금의 딸에 대한 아버지의 자애로운 정과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 주는 정서와 온기가 서려 있는 사패산인 것은 확실하다.
이 밖에 사패산과 인연이 있는 역사 인물로는 흥선 대원군과 백법 김구 선생이 있다. 김구 선생은 사패산에 있는 회룡골 석굴암에 불령선인(일제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조선 수배자 1호)으로 숨어 살았던 곳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49년 6월 29일 ‘석굴암 불 무자 중추유차 백범 김구’라는 명문 제묘식 가질 예정이었으나 암살범 안두희의 흉탄에 암살돼 쓸쓸한 제묘식이 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글은 백범이 남긴 마지막 글로 피 묻은 옷과 위패만으로 양주초등학교(현 의정부 중앙초동학교)에서 영결식을 개최했던 역사적 장소이다.
또 다른 인연의 주인공은 흥선 대원군이다. 대원군이 명성황후와 권력투쟁에서 실각당한 후 임오군란으로 다시 정권을 잡을 때까지 8년간 분노와 실의의 나날을 보냈던 곳이 직곡산장으로 사패산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곧은 골’ ‘흥선로’ 등의 지명이 생겼고, 그 유명한 대원군의 석파란 그림이 이곳에서 시작됐고, 한양 부암동 석파정 생활 때 원숙하게 완성 했으니 사패산은 조선 문인화의 마지막 산실이기도 하다.
글/ 김성수 전 국회의원
<사패란?>
고려, 조선시대에 임금이 왕족이나 공신들에게 토지와 노비를 하사하거나 군역과 조세를 면제하는 문서를 사패라 하고, 하사 받은 노비를 사패노비, 하사받은 땅은 사패전, 또는 사패지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에서는 문선사에서 관리했고, 당대에만 소유하는 사패와 삼대를 소유하는 사패로 격을 구분하였다. 사패지는 전국에 산재되어 있으나 경기도 땅이 한양과 가까워 사패지가 많았다. 조선시대에는 개인 산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지 않아 세습사패가 이루어졌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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