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교수의 ‘멋있는 사람의 맛있는 이야기(17)
이현숙 교수의 ‘멋있는 사람의 맛있는 이야기(17)
‘성숙한 사회를 만들려면 각자의 자존감과 긍지가 높여야’
이태리 밀라노 시립음악학교에서 8년 동안 가르치면서 여러 학생이 있었다. 그 중에는 방학 동안이나 학기 중이라도 개인적으로 노래를 배우고 싶어 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국에서 대학 성악과에 다니다 휴학하고 미리 유학을 결정하기 위해 이태리에 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도 있었고,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어도 이태리어가 깊이 있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확인을 받으러 오는 학생도 있었다. 또 국립음악원을 다니면서도 실력 향상을 위해 이중으로 배우고 싶어서 오는 외국인 학생도 있었다.
국립음악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 중에서 중국 공산당 간부의 딸도 있었는데 처음엔 중국인이라서 장학금으로 온 케이스려니 생각을 했다.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성장해있는 상태는 아니어서 중국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것 같다. 중국 사람이니 잘 못 살 거라는 나의 생각이 얼마나 오산이었는지... 한국 재벌가의 딸처럼 이태리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레슨을 오는 학생이었다. 한번은 그 학생이 중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단다. 중국 레스토랑에를 갔었는데 나는 아주 알뜰한 편이어서 음식 남기는 걸 싫어한다. 먹을 만큼 시켜서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이 경제적이며,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는 일이며,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감사요, 굶는 사람들이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 학생과 친구 나 이렇게 세 명이 음식을 시켰고 요리를 몇 접시 시켰었는데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
그랬더니 혹시 앞으로 중국에 가서 식사 초대 받은 경우엔 꼭 남기라고 조언을 해주며 쿡쿡 웃는다. 그것이 초대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왜냐하면 초대해준 상대방은 손님이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면 ‘부족하게 대접 했네’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태리 사람은 상대방이 헤드라이트를 반대편에서 켜면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선 “내가 먼저 가려하니 당신은 비켜 주시요”라는 신호이고 영국에서는 그런 경우 “나는 기다리니 당신이 먼저 가시요”이다. 이웃나라인데도 완전히 반대로 이해를 한다. 그래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받는 일도 많다. 그러나 “남에게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 말씀은 동서양에서도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식사 후 레스토랑을 나와서 차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데, 노상에서 물건을 파는 중국인 좌판 상인들이, 나와 같이 걷고 있는 두 명을 귀족이 지나가는 듯 우러러 보았다. 그때 그녀들은 중국어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말은 알아 들 을 수 없었지만 빈부의 차이, 사회적 차이를 한 순간에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무섭게 경제적으로 발전해가는 중국 문화를 “정글만리” 라는 책을 통해 요즘 더욱 이해하려 노력 중이다. 반세기동안 경제적인 것을 추구하다가 도덕적인 것이 허물어지는 문제점이 지금 중국에 부작용처럼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겪은 속도보다도 배나 빨리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고 그건 물질 만능 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물질로 시작된 사랑은 결국 사라지고, 진정한 사랑만이 행복 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곳에 가정과 국가의 행복 비결도 존재한다. 인생의 가장 꽃다운 나이 30대와 40대를 이태리에 살면서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는 삶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그 비결은 바로 ‘칭찬‘이었다. 열린 마음. 이태리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에 비해 참 예쁘다, 잘했다, 이런 말을 아주 자주한다.
그곳엔 그런 인간미가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여러 면에서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다수의 소리가 높다 해도 바른 길이 아니면 따라가지 않고 공의와 정의가 살아 있고 개개인의 삶과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로 가기 위해선 각자의 자존감과 긍지가 높아져야 할 것 같다. 이태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등수를 주지 않는다. 우리 교육도 학교에서 등수를 매기는 일 부터 없어져야 할 것 같다. 쓸데없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갖지 않도록 전인교육이 이루어지면 이런 걸 극복하지 않을까? 글/ 이현숙 교수(신한대학교)
|
|
[ Copyrights © 2010 북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