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의 교수의 이태리 단상(19)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추억을 회상’
이현숙교수의 멋있는 사람의 맛있는 이야기 이탈리아 단상(19)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추억을 회상한다’
이태리 커피는 에스프레소이다. 이것을 처음 맛보게 된 것은 옆집 친구인 라자가 차 대접을 해주었을 때이다. 쓰고 진한 것이 꼭 우리나라 한약 같았다. 이 쓴 걸 왜 마시나 생각했다. 그런데 점심 식사 후 이 커피를 마시면 상대방의 입에서 커피향이 계속 풍겨 나온다. 학교에 가도 모두들 마시면 학생들이 있는 곳은 자연스럽게 커피 향으로 그윽하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마시게 되었다.
처음엔 독한 듯, 양이 적어 홀짝 마시고 끝나지만 그 향이 오래도록 남아있는 특유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프랑스도 똑같이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그러나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독일이나 스위스는 아주 인접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아메리카 커피를 즐긴다. 이태리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셨지만 그것이 음식과 기후에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지로 구성된 밀라노는 저기압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저혈압이 많다고들 한다. 그래서 이 에스프레소 커피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기름진 음식을 많이 취하는 북쪽은 기름기를 씻어주는 역할도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여기에 거품 우유를 조금 넣은 것은 마끼아또, 더 거품우유를 많이 넣은 것은 카프치노라 한다. 이태리는 커피를 ‘바’라는 좁은 공간에서 서서 마시고 나간다.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경우에는 자리 값을 낸다. 특히 자리 값이 비싼 곳은 시내 중심가이다. 중심가가 아닌 변두리에서는 자리 값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테이블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 담소를 위해 마신다. 요즘은 한국에 이태리커피 전문점이 있어서 이태리 커피도 맛 볼 수 있다. 그래도 ‘마끼아또’ 나 ‘에스프레소’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친구와 또 사업상 만나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는 것이 오래도록 마시니 좋겠지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는 한번 권하고 싶다. ‘마끼아레’라는 동사는 ‘더럽히다’ 또는 ‘얼룩지다’ 라는 뜻이 있다. 순수한 까만 색, 진한 커피의 색을 흐려 놓거나 얼룩지게 만드니 그 동사를 가져다 커피 이름으로 사용 된 것 같다. 또 ‘카프치노’는 원래 ‘수도승, 수도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옛날 중세시대 이전부터 수도사들은 밤색 긴 가운 옷에 벨트를 둘렀다. 이것이 유래되어 밤색이 나는 커피를 ‘카프치노’라 부르게 되었던 것 같다. 또 ‘마로끼노’라는 커피가 있는데 이 커피는 ‘카프치노’와 ‘마끼아또’의 중간이다. 마끼아또에 비해 우유의 양이 조금 많고 작은 유리잔에 나온다. 밀라노에 살았던 나는 다른 지방에서 그 커피를 찾았는데 오히려 반문을 한다. “그 커피가 무엇인데요?” 그래서 밀라노 사람들이 개발한 커피이고 요즘 신세대들이 만든 커피임을 알았다.
아프리카 쪽 ‘모로코’ 사람들이 밀라노에 점점 많아지면서 커피 이름을 창조해 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유리잔에 채워진 밤색 커피가 흑인과 백인의 혼혈아가 많은 ‘모로코’ 사람들의 피부색이어서 그렇게 부르게 된 것 같다. ‘카페라떼’는 카페에 라떼를 더한 것, 즉 우유에 커피를 넣어서 만든 커피이다. 이 커피의 특징은 거품은 없고 식사대용으로 우유를 많이 넣어서 만드니 출출할 때 간식과 함께 마시면 좋다.
커피의 강의가 된 것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맛과 멋을 즐기는 우리의 정서와 분위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에게 맞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을 한다. 담소를 나눌 때도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누기를 좋아하는 민족에게 딱 어울리는 차 문화, 까다로운 ‘다도’ 보다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태리가 나에게 준 영향력에는 커피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여기 글을 올려 본다.
오늘도 커피 사랑!! 나를 이완시켜주고 또 한 발작 앞이 아닌 뒤로 물러서서 여유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이다. 이태리 생각이 날 때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추억을 회상한다. 글/ 이현숙 교수(신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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