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세중의 '꽃피(花血) 흐르네'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에서
꽃피(花血) 흐르네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헉헉
누군가 우릴 도우러 오는거 아니야
이게 뭐야 우리 이렇게 죽는 거야
아 아저씨들 빨리 와 꺼내줘요
청천벼락 폭탄 맞아 몸이 산산이 부서져 날아가도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가도
모진 고문으로 맞아 죽어가도
그리고 몹쓸 병들어 아파 죽어가도
그보다 더하고 더한 이렇게 분하고 원통함이 없다
어린 청소년 아이들 300여명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듣고
버티다가 그냥 죽어 간 것은
도저히 용서치 못 할 죽음위의 초죽음이요 방치된 떼죽음 이다
잡힐 줄 알면서 제 목숨 구하려 도망간 약빠른 선장 놈아
이건 끔찍한 방임 학살이다
제 손으로 죽인 것보다 더 악질이다
아니다 그런 선장 같은 우리들 어른들의 씻지 못할 죄악이다
어른 나부랭이들이 저지른 흉악한 패덕이다
아 가슴 치며 울화통을 씹는다
억울하고 분해서 눈을 못 감는다
움직이지 마라 가만히 있어라 움직이면 죽는다
가만히만 있으면 도우러 간다 죽지 않게 한다.
1
모든 게 허깨비 소린가
배가 뒤집어져 가는데도
119에 신고 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러 안 왔다
아무도 안 오고 죽음의 물길이 스며들었다
죽어가도록 내버려두고 도망쳐 버렸다
이건 이 땅에서 일어난 최악의 천벌 맞을 죄악이다
가만히 있으라 했는데
움직이지 말고 그냥 있으라 했는데
빨간 구명조끼 입고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배는 자꾸 기울어 가고
물이란 놈이 어느새 칼날을 들이대고
몸속 깊이 파고드는데
왜 안 오는 거야
왜 도우려 안 오는 거야
아저씨 살려 주세요
엄마 아빠 살려 주세요
몸이 둥둥 떠서 곤두박질치기 시작 한다
쑤셔 박히고 쳐 박히고 부딪히고 숨이 목구멍에 차오르고
엄마 엄마 살려 주세요
선장 아저씬 언제 오는 거야
가만히 있으려해도 목구멍 속으로 콧속으로
물이 들이차기 시작하니
사방이 깜깜 눈앞이 안 보인다
내 친구야 친구들아 어디 있니 아 아
오늘날이 이렇다
이 천인 공노할 광경이
오늘의 우리의 추풍낙엽 같이 떨어지는 목숨들이다
2
비행기는 못 타도 5만 원짜리 배타고 망망대해도 보고
저희끼리 모여서 한껏 노래도 부르고
맛있는 것 먹고 깔깔대며 꿈도 꾸었는데
그리고 살아보려고 발버둥쳐 왔는데
우리네 우리 사정들이
넘어지는 배안에서의 그들의 죽음과 조금도 다를 바 없어
한번 울고 한번 이를 간다 해도
아무리 발버둥 쳐도
똑같이 죽어가는 우리네 형편이
세월호 침몰과 다름이 없구나
가슴이 찢어지고 마음이 아프고 서럽고 분하고 슬프다
우리도 지금 이렇게 죽어가고 있구나
남쪽 진도 바다는 작정이나 하듯
지상의 염원을 한칼에 날려 보내고
잡아먹을 듯 아가리를 벌리고
이빨을 드러낸 유사장 같은 패악 짐승이
수백 명의 아이들을 먹어 치웠다
꽃피가 솟아 내린다
꽃피가 흘러내린다 흐지부지다
피우다만 꽃봉오리
만들지 못한 꿈꽃
캄캄한 물 지옥에 곤두박질
둥둥 떠 쳐 박혀서 퉁퉁 부어
아무도 기다리지 않은 채 저희들끼리 꼭 끌어안고
가만히 있으라 했는데 왜 안 오는 거야 되뇌이며
피우지 못한 꽃피들의 절규가
심해 속으로 가라앉는다
시커먼 바다 짠물에 섞여 힘없이 엄마 아빠 불러 보지만
3
이젠 와도 아무 소용없는 걸
안 믿어 안 믿어 대한민국
차라리 두둥떠서 천리만리 천당으로 쓸려 가자
친구야 친구들아
못된 바깥세상으론 나가지 마라
우린 이대로 그냥 물길에 쓸려
물밑 바다 세상으로 구경이나 가자
엄마 아빠 안녕
글/ 무세중(통일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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