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의 교수의 멋있는 사람의 맛있는 이야기 이태리 단상(13)
이현숙의 교수의 멋있는 사람의 맛있는 이야기 이태리 단상(13)
다람쥐는 우리 집에 들어와 목욕을 제대로 하고 떠났다
밀라노 시내에 살다가 외곽으로 이사를 하니 공기도 맑고 아침에는 새소리에 잠이 깰 정도로 한적한 청정지역에 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천식 때문에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태리 살면서 건강 체질로 바뀐 것은 아마도 공기 좋은 곳에 살게 된 이유도 있을 것 같다. 그곳은 한국 사람이 한명도 살지 않는 곳이었다. 주일에는 한인 교회에 가는데 거기서 여러 소식도 접하고 믿음의 공동체 속에 있으니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었다. 새로 정착한 그곳에서도 처음에는 텃세를 심하게 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지금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것이다. 우리들과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동남아 가정이 우리 이웃이라 한다면 쉽게 친해 질 수 있을까? 처음에는 경계를 하고, 다음은 궁금해지거나, 반대로 아예 관심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노래를 부르려면 소리를 내야하고 연습을 매일 해야 되는 입장이니 조용히 지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윗집은 맞벌이 가정이었는데 부인은 3교대 근무 간호사였다. 그래서 낮에 자는 경우가 있는데, 그녀가 잘 때 내가 노래를 부르면 몹시 화를 냈었다. 어느 날 드디어 우리 집에 찾아오게 되었다. 윗집 여자 ‘네비스’가 찾아와서 얘기 하던 날. 정말 집중해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또 신경전이 벌어졌다. 조용히 해달라는 거였다. 난 아주 강하게 응수했다. 내가 이태리에 온 목적은 노래를 하기 위해서이고, 당신이 내 인생을 살아 줄 수 는 없다고. 그랬더니 타협점을 찾자고 제의했다. 자신의 시간표를 가져와서 언제 일하고 자야 되는지를 설명해주었다. 그래서 시간표를 피아노 앞에 붙여 놓고 그 시간은 피해서 노래연습을 했었다.
처음에 이태리 생활에 적응하기 까지는 아들도 학교에서 힘들었었던 일들도 많이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종차별!! 이해는 간다. 그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도 없고,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곧 닫힌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아닐까? 한국 사회도 알게 모르게 참 배타적이다. 자신에게 필요하면 잘해주고 아니면 왕따를 시키고 싶어 하는 심리를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성경은 나그네에게 잘하라고 한 것 같다. 우린 다 나그네 길인데... 옆집 친구와 친해지면서 이런 문제도 차츰 해결이 되어 간 듯하다. 조금씩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으니까. 난 어디서고 인사를 잘하고 잘 웃는다. 이것이 바로 주위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웃음과 미소는 주위에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이사 온 동네 이름이 ‘지비도 싼 지아코모’인데 우리가 이사하던 당시에는 주택들이 많지 않았다. 새로 개발되고 있는 신도시고 또 근처에는 작은 성과 밭들이 있었다. 목장도 있고 신선한 우유도 직접 짠 걸 사올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루는 아침에 부엌문을 통해 다람쥐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날 밤색 윗도리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마루에 서있는 날 보고 아마도 나무인 줄 착각했는지 내 다리를 통해 쏜살같이 올라와서 어깨에 앉았다. 내가 움직이니 놀라서 들어 간 곳이 화장실!!! 나도 놀라서 문을 닫아 버렸다. 몇 분쯤 후에 진정이 된 나는 다시 확인하려고 문을 열었다. 나무인 줄 알고 올라갔던 다람쥐와 갑자기 달려들어 놀랐던 나도 똑같은 심정으로 심장이 콩콩 뛰었다고 추측된다. 문을 열고 확인한 순간 다람쥐는 행동이 너무 빠른 나머지 화장실 변기에 들어가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화장실을 설명하자면 이태리 변기에는 물이 아주 조금 담겨있다. 그러다 지금 한국에서 사용하는 미국식 수세식 변기통을 보면 물이 많아서 생소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한국에서 이태리를 처음 갔을 때는 그 점이 또 생소했다. 그리고 비대가 옆에 따로 설치되어 있다. 그러니 물이 조금 있는 변기통에 빠졌으니 그나마 물은 먹지 않고 목을 뺀 상태로 발버둥치고 있었다. 아기처럼 살짝 잡아서 세면기에 넣고 목욕을 시켜주었다. 너무 지친 나머지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타올에 싸서 물기를 털고 드라이어로 말려주었다. 그리고 밖에 다시 놓아 주었다. 이 다람쥐는 우리 집에 들어와 목욕을 제대로 하고 떠났다. 그때 일은 지금도 나를 미소 짓게 한다. 글/ 이현숙 교수(신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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