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교수의 멋있는 사람의 맛있는 이야기(14)
이현숙 교수의 멋있는 사람의 맛있는 이야기(14)
밀라노의 웅장한 도오모 성단에서 찬양
이태리에서 살게 된지 1년 반쯤 흐른 늦겨울 1월 말이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밀라노 중심부 두오모 성당 있는 곳을 지나다가 그 안으로 처음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 본 성당 안은 무척 웅장했다. 몇 백 년에 걸쳐 자자손손 두오모 성당을 심혈을 기울여 만든 흔적이 역력했다. 대리석을 나르기 위해 밀라노 중심부까지 운하를 파고 기도하며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장엄함에 눌려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하나님 저를 이태리에 보내주시고 이렇게 장엄한 성전을 보게 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태리를 떠나기 전에 이 아름다운 성전에서 한번만이라도 당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했다. 감사의 눈물이 났고 일주일쯤 후에 응답이 왔다.
처음 이태리에 도착해서 만난 우리 아이를 돌보아 주고 우리 가족에게 이태리어를 가르쳐 주던 마리아 로자. 그녀가 오디션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미사곡을 부를 소프라노 솔리스트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녀를 통해 지휘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1993년 5월 22일 연주 할 모짜르트 미사 다단조 K427 소프라노 독창과 중창을 포함 4곡을 해보라고 했다. 나는 일주일 후에 연습해서 오겠다고 하고 악보를 받아갔다. 그리고 매일 엄청나게 연습했다. 일주일 후 시험 보는 기분으로 그 지휘자에게 갔고 드디어 합격. 오케스트라 반주와 200명 가까운 합창단과 협연을 하게 되었다. 그날 밀라노 두오모 성당은 3천명 만석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CD로 나왔고 일 년 후인 1994년 비발디 마니피카트와 글로리아 솔로를 또 맡게 되었다. 이 두 번에 걸친 CD와 연주로 잡지에도 나고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다른 지휘자와 슈베르트 미사곡을 노래하러 스위스 연주도 가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1995년 내가 사는 곳에 시립음악 학교가 생기는데 이 경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외국인인 나로서는 학교가 생기는 것도 몰랐는데 옆집 친구 리자가 시립학교가 생기는데 선생님으로 지원해보라고 했다. 이제 이태리에 온지 만 3년 반 겨우 알아듣고 유창하지도 못한 이태리어로 가르치라니? 조금 자신이 없었다. 본토인을 어떻게 가르친담... 그래도 옆집 친구는 나를 종용하여 같이 갔다.
만나기로 한 장소의 벨을 누르고 비서가 자리를 권한다.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기다림 후에 면담. 리자가 나를 대신하여 내 소개를 다 해주었다. 나는 짧게 인사만 했다. 그때 교장 선생님 되실 분이 나를 잘 아신다고 반색을 한다. “잡지에서도 봤고 직접 노래도 들었지요” 하신다. 웃으시더니 “그때 제가 거기 있었거든요. 잘 모르셨겠지만 오케스트라 안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답니다.” 얼마나 반가운 말이었든지. “나는 이태리어는 유창하지 않지만 성악 테크닉은 잘 가르칠 자신이 있습니다.”이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날 반가워 해주니 참 기뻤다.
그리고 이력서를 보더니 제가 노래를 직접 들었으니 당신 나라에서 했던 경력을 모두 인정한다고 했고 성악 파트에 다른 이태리 선생님을 한명 더 뽑겠다고 했다. 그래서 1995년 가을에 시작하는 학교의 성악 선생님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태리 간지 만 4년 아카데미아가 끝나는 시기였고 그 다음 해 1996년에는 베르디 국립음악대를 졸업하게 되었다. 선생님을 하기 위해서는 이태리에서의 학위가 있어야 되는데 아카데미아를 만 3년에 졸업했고 국립음악원은 다니고 있을 때여서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말이 문제였는데 레슨은 워낙 전공적인 것만 설명하고 고쳐 주면 되는 것이어서 그래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가르치는 강의 계획서 작성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여러 사람 앞에서 선생님으로서 말을 하거나 회의를 할 때는 도망가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 어려웠다. 공식적이고 고급 단어를 쓰기에 난 그런 것에 유창 하지 않은 편이고 한국어도 마찬가지이다. 기도가 응답되어 연주를 하게 되었고 그 연주가 선생님의 자리까지 인도해 주었다. 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작건 크건 어떠한 일에도 꼭 기도를 한다. 앞을 헤쳐 나가는 건 쉽지 않지만 기도는 늘 준비하게 하고 또 비우게 하며 겸손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세상을 살며 제일 필요한 지혜를 얻게 되고 힘들 때 위로가 된다. 오늘도 기도하며 매사에 기뻐하고 감사하게 살려 노력하고 있다. 글/ 이현숙 교수 (신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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