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교수의 이태리 단상(8)
이현숙 교수의 이태리 단상(8)
우리 문화유산을 다가올 세대에 물려 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추석 보름달을 베네치아에서 보고 돌아 온 후 지인이 알려주는 정보를 받았다. 오페라만 전공을 하는 베르첼리에 있는 비오티 아카데미아에 오디션을 거쳐 들어가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을 모여서 오페라 스코어 한권 모두를 흩는 클래스인데 아침 9시부터 점심 1시간을 빼고 6시까지 계속 노래를 부른다. 교수님은 Aldo Protti 당대의 유명한 바리톤 가수셨다.
이태리에서 유명한 분은 그대로 세계적 대가이다. 성량이 아주 풍부하시고 노래 외에 아무것도 모르시는 아이같이 순수하신 분... 정말 열정이 대단하셨다. 가끔 동양 학생들이 레치타티브(기악코드에 맞추어 언어의 자연스런 리듬, 악센트, 억양 등을 표현하는 성악양식)가 너무 어려워 익숙하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일주일 시간이 짧아 책 한권을 다 소화해내지 못하겠다고 하면,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다 노래에 시간을 투자하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유학 생활은 정말 다른 일상까지도 멀리하고 그 일만 시간을 써도 시간이 모자랐다. 악보를 읽고 또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하고 다시 들어 보고를 반복... 모르는 고어나 단어를 찾아도 보고, 사실 성악 중에서도 오페라 하면 17~18세기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많은 옛 고어 들이 나온다. 대부분 일반 이태리인들도 그 의미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걸 공부하고 있으니... 후에 시립학교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도 고어는 오히려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악보를 잘 못 읽더라도 외국인이 제일 힘들어 하는 부분인 레치타티브는 식은 죽 먹기로 귀로 듣고도 외워버린다. 그러니 언어를 잡지 않고 그 나라 노래를 한다는 건 가사의 의미를 세밀하게 전달하지 못한 채 감각과 감정으로 하는 것이다.
프로의 세계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비디오를 보게 되더라도 보고 있으면 어느 사람이 모국어로 노래하는지 금방 느껴진다. 미국인이 이태리 노래를 하는 경우는 노래를 잘하더라도 조금씩의 허점이 드러난다. 이태리에서 14년을 살면서 느껴진 일들이다. 한 5년의 유학생활이라 할지라도 그 기간은 그리 긴 것이 아니다. 나의 개인적 소견으로는 최소 10년 정도 되어야 문화 습득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지금 해본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이태리 사람들과 친밀히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를 예로 드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는 경우. 지금 생각 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곳 같다.
여기 한국에서의 문화는 14년이 훌쩍 뛰어넘었다. 그때 나온 유행, 드라마나 탈랜트 가수 등 잘 모르고 생소한 것 들이 너무 많다. 유럽문화와 한국을 비교할 때, 한국은 마치 청년들처럼 흐름이 빠르고 많은 것들을 쉽게 받아들이고 유행으로 퍼져가고 또 발전한다. 여러 가지가 종합적이다. 이것은 미국의 영향이 아주 많다고 본다. 반면 유럽은 좀 노년문화 비슷하다. 옛날 것을 고수하고 약간 배타적이기도 하며 전통을 고수한다. 이런 면에서 음악도 전통을 배우려면 유럽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은 종합적으로 잘 배울 수 있지만 문화에서 오는 감각은 배울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피부로 오감으로 보고 듣고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고 서양문화를 받아들인 시기가 언 100년을 잡는다. 자신의 문화를 다시 찾는데 꼭 1세기가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장 담그기부터 자연 염색까지 선조가 해왔던 것을 다시 실천해 보는 일, 또 고전 악기들도 현대적 음악에 가미되기도 한다. 이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고 아름답고 고전적인 우리문화를 잃지 않고 자손에게도 유산으로 물려 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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