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교수의 이태리 단상 9번째 이야기
이현숙 교수의 이태리 단상 9번째 이야기
도전, ‘두렵지만 시도해 보고, 부딪혀 보는 것 아닐까’
지금 현재에서 과거를 조명해 보면 이태리에서의 14년이란 세월이 너무나 빨리 흘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에는 늘 과거가 단편적인 사진처럼 남아있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들만이 기억 될 것이다. 사람은 그래서 망각의 동물인가보다. 그런데 자신에게 남아있는 사실들은 그때 고통을 느꼈다거나 감동적 이었던가 아주 기쁘거나 슬픈 일들일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또 한 가지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실패를 하더라도 우리 기억 속에는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왜냐하면 힘들기 때문이다. 도전한다는 자체가 힘든 것인데 스포츠를 직업으로 하는 남편은 도전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의 영향으로 난 도전을 즐겼다. 내 능력보다 조금 위라고 생각하는 것을 두렵지만 시도해 보는 것, 또 새롭지만 부딪혀 보는 것, 이런 것이 아닐까?
밀라노에서 한 40분을 북쪽으로 차로 달리면 만년설 호수 ‘COMO’에 가 볼 수 있다. 이 호수는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로서 산 사이에 깊게 골이 파인 호수이다. 산봉우리가 높으면 그 옆에 파인 호수도 그만큼 가파른 깊이로 내려간다고 한다. 추정되기로는 400m~450m깊이라고 들었다. 상당히 아름답고, 어찌 저런 가파른 산언덕에 그렇게 예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호수는 더 북쪽 험산준령을 가운데 두고 두 개로 갈라져 내려가 서쪽은 ‘COMO’ 동쪽은 ‘LECCO’호수로 불린다.
이 양쪽을 갈라지게 하는 지점에 ‘Bellaggio'라는 도시가 있는데 자그마하지만 중세시대 마차가 다니던 돌길로 이루어져 있고 참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에서 가장 끝부분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아름답다는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서 숙박을 한 적은 없지만, 지나다니다 보면 파티 복장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현대 귀부인들도 만나 볼 수 있다. 한 유학생이 "저 여기 하루 종일 서 있을래요~ 혹시 아랍 왕자가 이런 곳에 머물다가 절 공주로 데려가지 않을까요? " 이 말을 한 여학생은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예술가이다. 상상과 꿈속에 살아가는 예술인. 그래서 예술인은 배고파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목을 맬 수 있는가 보다. 나도 좀 그런 편이다. 늘 싸워 이겨야 되는 스포츠와 예술인은 맞지 않을 것 같지만 정말 잘 맞는다. 스포츠에서의 싸움은 장난감 병정놀이 같은 거 일 수 있다. 세계적인 수준이어도 그렇다. 위로 가도 만나는 사람과 또 만나서 사투를 한다. 자신을 비우지 않고는 사투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정상으로 갈수록 험한 산 준령처럼 정상엔 아무 것도 없다. 바람 부는, 아무도 없는 봉우리 일 뿐이다.
그러나 힘들게 땀을 흘리며 그 산 꼭대기를 올라간다. 과정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의 한계를 시험하며 스스로를 이길 수 있는 길이고 나의 한계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고 결국은 자신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특히, 돈과는 무관하게 그 쪽에 몰두해 버리는 것.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 열심히 하다 보니 메달을 따게 되는 거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 아~올림픽 금메달을 땄으니 돈을 꽤 많이 받았겠네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그 사람과는 더 얘기를 나누고 싶어지지 않는다. 굉장히 속물근성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게 당연한 세상 사람의 삶인데도 그러하다. 그러니 세상을 모르는 순수함이 통하여 우리 부부는 잘 맞는 짝인 것 같다.
우린 순수한 사람을 만나면 관계를 오래 지속한다. 남편은 특히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만이. 자기를 비울 수 있고 그런 사람만이 하나님의 쓰임을 받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무엘상 20절에 사울과 아들 요나단이 나온다. 요나단은 다윗보다 강한 자였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왕권을 다윗에게 물려 줄 수 있고 또 그것을 읽어내는 하나님의 지혜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세상 적으로는 바보스러운 사람이나 하나님의 마음을 읽고 그를 두려워하며 경외함으로 순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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