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교수의 멋있는 사람의 맛있는 이야기 이태리 단상 (10)
이현숙 교수의 멋있는 사람의 맛있는 이야기 이태리 단상 (10)
가장 먹고 싶은 귀한 음식, ‘한국 라면’
유학을 다녀 온 분들은 이글을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던 곳. 익숙하게 하던 것들을 뒤로 하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새 환경에서 모든 걸 적응해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각자의 쌓아 온 내공들을 쓰게 되고 또 더욱 쌓여진다고 생각해본다. 사실 커피 한잔 신문 한 장도 유학 초기엔 선뜻 사지 못했다.
부모가 보내 준 자금 없이 두 자녀와 남편이 같이 있는 상태니 당연히 뭐든 아껴 써야했다. 아직 남편은 무얼 할 건지 정하지 않고 사업을 하겠다는 일념만 있었다. 한국에서 쇼핑을 하면 종이봉투나 비닐 봉투가 많이 있다. 종이봉투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 물건을 살 때만 주는데 아끼면서 사는 걸 절제하니 갑자기 봉투가 필요 할 때는 집에 한 개도 없었다. 아~한국에서 얼마나 풍족하게 살았던가 생각했었다.
이태리 도착하여 몇 개월 후 밀라노 한인교회소속 ‘임마누엘’ 노래선교단을 따라 바닷가 캠프를 따라가던 중에 휴게소에서 신문을 한 장 샀으면 하고 신문대 앞에 서 있는데, 대학교시절 서울 영락교회 후배가 ‘누나 신문 한 장 사줄까?’ 하길래 대뜸 ‘좋아’ 하곤 집에 가져와서 이태리어 공부 한다고 단어들을 사전 찾으며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자신의 유학초기를 생각하고 내가 그걸 사고 싶어도 못 사고 있다는 걸 눈치 챈듯했다. 이 찬양단의 주 멤버로 있는 후배는 내가 이태리 도착 할 당시 이태리 말을 유창하게 하면서 ‘주 예수를 믿으라’ 라는 메시지를 밀라노 한복판에서 미국 목사님과 함께 영어로 설교하면서 이태리 말로 통역을 하고 있었다.
찬양단원들은 물론 이태리어로 찬양하고 거의 성악전공 학생들이었다. ‘네가 이방 나라에서 나를 전하라’ 하신 이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이후배가 얼마나 예쁘고 대견 하던지!! 하루는 그 후배가 우리 가족에게 라면을 대접했다. 속으로 왜 라면을 줄까? 으아 했는데 한국 라면이 얼마나 귀하고 먹고 싶은 것인지 그 당시는 몰랐다. 2~3년이 흐른 후 그 시절 밀라노에는 한국식품점이 없어, 라면은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와야 한다는 걸 이해했다. 이 후배는 우리 가족에게 자신이 가장 먹고 싶고, 또 귀한 음식인 한국라면을 대접한 것이었다.
1991년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되어 버렸다. 거기다 하나 섭섭했던 건 체류허가랑 아주 힘든 서류처리 할 것들이 있었는데 장소만 가르쳐 주고 가서 하라는 거였다. 밀라노 온지 일주일인데 언어 잘되는 사람이 도와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많았지만 참고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렇게 부딪히고 사는 것이 곧 삶을 적극적으로 살게 되는 길임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서양 사회에서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이 빨리 적응을 한다.
무심코 도와주었더라면 그만큼 속히 적응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을 것 같다. 지금 교수의 입장으로 학생들에게도 어렵지만 스스로 하게 해서 깨닫는 것이 참교육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른들이 아장 아장 걷는 아이가 넘어지면 얼른 일으켜 주지 않고 기다려 주는 지혜가 우리 선조들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겠는가?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로운 행동인지. 삶에서 묻어나오는 지혜들을 바라보게 된다. 글/ 이현숙 교수(신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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