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교수의 '새로운 곳을 두려워 말라, 새로운 사랑이 기다린다'
이현숙교수의 맛있는 사람의 멋있는 이야기/ 이타리 단상(5)
새로운 곳을 두려워 말라, 새로운 사랑이 기다린다
우리가 처음에 정착한 집은 밀라노 약간 서쪽 Baggio라는 동네였고 집 앞에는 성당 종탑이 있어 언제나 하루에 3번 정도 성당 종소리가 같은 시각에 들렸다. 처음에 이사를 해서 그곳이 참 좋았던 건 그 종탑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그런 종탑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참 아름다웠다. 옆집 주인은 감나무는 새들을 위해 기꺼이 가지에 감이 남아 있어도 그대로 두었다. 그런 것을 보며 여유로움을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성당이 가까운 동네 마다 있는데 사회봉사도 많이 하고 지역의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 많았다. 어려운 사람은 꼭 경제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Bisognosi(직역하자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전철을 타도 혹시 동냥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꼭 건네주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그건 성경 말씀에 ‘작은 소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니...’ 하신 말씀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외국인도 당연히 그들의 문화에 서툰 사람들이니 필요로 하는 자들이다. 그런 분들께 마음으로 또 물질로도 섬김과 봉사가 몸에 배어 있는 국민들인 것처럼 보였다. 신자들이 보기엔 우리가 이방인이어서 뭐 도울게 없는지 따뜻한 배려와 보살핌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특히 보건소에서 만나게 된 할머님과 그 딸 마리아 로자는 우리에게 참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었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에 들러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이태리어를 가르쳐 주는 마리아 로자는 예수님의 사랑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다. 이 글을 쓰느라 사진을 찾아보았고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의 고마웠던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곳에 가면 그곳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태리 속담이 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새로운 사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외국에 가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나라에 대한 인상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난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마리아 로자는 좀 아랍사람처럼 생겼다. 거의 흑발에 눈동자도 까만색이다. 그래서 여행으로 스위스 국경을 같이 넘을 때는 “당신도 한국인이요? 여권 좀 봅시다.”라고 경찰이 말을 걸어와서 한참을 웃은 적이 있다.
시장도 같이 가서 이것저것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추천해 주곤 했는데 치즈 종류 중에 'Gorgonsola'가 가장 비싸고 맛있다고 장바구니에 담아 주었는데 집에 가지고 와서 ‘이 치즈에 있는 곰팡이를 먹는 건가?’ 의아해하면서 곰팡이를 다 띄어 내고 먹은 해프닝이 있었다. 지금은 한국에도 그런 치즈도 맛 볼 수 있지만 지금부터 20년 전에는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미니 이탈리아도 같이 가서 아이들과 좋은 시간들을 보낸 때와 내 생일에 찾아와 주신 할머님과 딸의 사진을 여기 올린다. 이태리의 초창기 시절에 제일 은혜를 많이 받은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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