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교수의 맛있는 사람의 멋있는 이야기/이태리단상(6)
이현숙 교수의 맛있는 사람의 멋있는 이야기/이태리단상(6)
성악가는 죽을 때까지 모든 과정이 오디션이고 콩클이다
큰 아이는 학교에 들어갔지만 작은 아이는 유치원 자리가 없어 6개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동안 마리아 로자와 놀고 텔레비젼을 보면서 4살짜리 막둥이 딸은 아주 빠르게 이태리어를 배웠다. 지금도 그 딸은 이국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이태리에서 다녀서 거의 그 나라 사람과 비슷하다. 식성과 문화적인 면에서도 더 이태리적인 취향이다. 반대로 똑같이 교육을 시켰지만 7살에 한국초등학교에서 한 학기를 마치고 이태리에 온 아들은 반대로 한국적이어서 대한민국의 남아로 컸다. 아이들 학교가 먼저 시작을 하고 나도 학교를 알아봐야만 했다.
그 이전에 내 실력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콩클에 나가보고 싶었다. 레슨은 Perugia라는 중부 도시에 여름 동안 하는 코스가 있어서 ‘kosma’라는 유명한 테너에게 사사를 몇 번 받았다. 정말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가수였는데 코스에 사람이 나만 와서 둘이 거의 개인 레슨을 했던 기억이 있다. 초창기에 이태리 말도 어눌한 편이어서 잘 모르면 영어로 되물어 보곤 했다. 코스 후에 곧바로 sulmona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여자만 참가 할 수 있는 “Maria Caniglia” 콩클에 나갔다.
여자만 할 수 있는 콩클 인데 왠 사람이 그렇게나 많이 왔는지. 근교 호텔도 잡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제일 싼 방에 4명이 함께 있었는데 침대 4개가 군대 간이침대 같이 놓여 있었다. 어찌나 떠들고 말을 빨리 하는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잔다고 불을 꺼달라고 스위치 옆에 있는 나에게 말을 할 때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신문을 사서 읽는데 어찌나 찾아야 할 단어가 많은지 신문을 보니까 말도 어눌한 내가 신문을 본다며 다들 놀리며 웃었다. 그 놀림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먹는 대로 나도 식당에서 꼭 된장국 맛이 나는 스프와 빵을 맛있게 먹었고 고기와 샐러드는 매일 먹은 것 같다. 된장국 맛이 나는 스프는 지금 생각하니 완두콩을 갈아서 만든 국물에 야채를 넣어 끓인 스프였는데 콩을 걸쭉하게 갈아 넣으니 냄새도 구수하고 입맛에 딱 맞았다.
거의 300명 정도가 1차를 거쳐서 70명 정도 추려지고 다시 2차에서는 7명으로 추려졌다 며칠을 거쳐서 한 것 같은데 3차까지 간 사람은 final이라고 해서 4일 동안의 호텔비 숙식이 모두 면제 되었다. 마지막 7명중에 드는 영광을 안고 같이 있었던 방 친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나 혼자 남았다. 아~ 이태리에 와서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잠도 그냥 자고 맛있는 이태리 음식도 무료로 제공 받고 마지막 날은 미국 방송에 생중계로 콩클을 소개하고 후보자에게 인터뷰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하필이면 미국기자가 나를 붙잡고 소감을 물었다. 간단하게 소개하고 엄마가 이 방송을 본다면 미국에 계시니 잠깐 한국말로 하겠다고 하고 엄마에게 기쁨을 전했다.
마지막 Final은 드레스를 입고 오케스트라와 공개 음악회 형식으로 콩클을 진행했다. 사전 정보도 없이 그냥 나온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나는 드레스도 준비해야 되는 것도 몰라서 그냥 가져간 옷 중에서 가장 우아한 옷을 입었고 드레스와 비슷한 풍의 옷이라서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협연을 했다. 그래도 이게 콩클 입상이었는데 7명은 모두 상장을 주었지만 개인프로필 쓸 때는 쏙 뺀다. 왜냐하면 내 개인 소견으로는 1등을 한 것만 입상으로 간주한다. 내 마음에~ 콩클 입상 경력은 나에게 없는 것이다. 그래도 가수는 죽을 때까지 모든 과정이 오디션이고 콩클이다. 음악회조차 그렇다. 그러므로 수없이 1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이 없으면 이미 도전 의식이 없는 생기 없는 음악가라 여겨진다. 이현숙 교수(신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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