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산티아고 입성!!
목적지 산티아고 대성당 전경
현예나가 만난 산티아고의 사람들-마지막회
드디어 산티아고 입성!!
마침내 1월 20일 아침이 밝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순례 길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이다.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갈리시아 지방에서 비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갈리시아에는 비는 오지 않았지만 가는 길 곳곳에는 크고 작은 웅덩이에 진흙 밭으로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다. 길 자체가 엉망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신발과 바지에는 평소처럼 물이 흠뻑 젖고, 가는 발걸음을 잡아 당겼다. 그런데 짜증이 나기는커녕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기쁨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말도 안 되게 이 길이 즐거운 것이다. 물웅덩이를 건널 때에도 그것이 고생이고 번거로움이 아니라 물놀이처럼 생각되었다. 순례 길을 걷는 한 달 내내 나는 마지막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 했다. 그러나 막상 마지막 날이 되자 마음이 180도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이 길을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고, 나도 모르게 산티아고를 지나 더 많이 더 멀리 걷고 싶은 마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시내로 들어서자 사람과 차들이 점점 많아지고 마침내 마지막 대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에 입성했다. 멀리서 산티아고 대성당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수록 심장 소리가 커져갔다.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이 저 곳이구나’ 생각하니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마침내 31일간을 걸어서 나는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서게 되었다. 웅장한 성당 광장에 선, 나는 이번 여행에서 예기치 못한 수많은 시련 속에서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눈물짓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제는 나 스스로가 대견스러워 ‘현예나 수고 했어’라고 말하고 싶고,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구쳤다.
그 감사와 감격의 마음을 갖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산티아고 성당은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를 매일 12시에 열리고, 이 미사에서는 신부님이 길을 완주한 순례자들의 이름을 한사람씩 불러주는 시간을 갖는다. 미사 후반에 ‘한국에서 온 현예나’ 신부님의 입에서 내 이름이 불려 졌고, 그 순간은 정말이지, 감격스러워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었다. 이 기쁨을 순례자들과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나누자 기쁨은 정말로 배가 되었다.
나는 한껏 좋아진 기분을 가지고 순례자 사무소에 갔다. 순례 길의 마지막 일정은 순례자 사무소에서 콤포스텔라(산티아고의 길 완주 증명서)를 발급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나는 자랑스럽게 나의 31일간의 여정이 나타나있는 크레덴샬(순례자용 여권)을 내밀었고, 나는 자랑스러운 콤포스텔라를 받을 수 있었다. 크레덴샬과 콤포스텔라를 보니 31일간의 여정이 1년쯤 보낸 느낌이 들었다. 단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던 순례자의 길,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칠 때도 있었고, 극복하기 힘들어 눈물도 흘렀다. 그러나 힘든 길도 지금은 즐거운 추억이 되어 있었다. 첫 날 내 가방을 들어 주었던 박씨 가족이 생각났고, 진정으로 친구가 된 브랜든과 타티아나 그리고 등산화를 선물로 준, 천사 같은 크리스티나도 떠올랐다. 많은 것을 일깨워준 M.J와 가족 같은 현우네 식구들도 생각이 났다. 이 길을 걷는 동안 정말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 분들과의 만남은 나를 변화시켰다. 나를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남을 위해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였다.
나에게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고난의 길이 아니었다. 나에게 산티아고의 길이란 행복의 길이며 치유의 길이다. 마지막 밤 천장을 바라보며 31일간의 순례자의 길을 마치려 시간에 ‘한 번 더 가슴 뛰는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커다란 성취감을 또 한 번 갖고 싶어는 생각을 하며 순례의 마지막을 잠을 청했다.(끝) 감사합니다. 글/ 현예나(28세), 북경기신문 시민기자
드디어 산티아고 입성!!
드디어 산티아고 입성!!
산티아고 성당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의 모습(위)
필자가 콤포스텔라(산티아고의 길 완주 증명서) 들고 기뻐하는 모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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