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삼식 시장의 초대 시 '어머니'
초대 시(詩)
어머니
현삼식 作(양주 시장)
Ⅰ
어머니는 까막눈이라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 하신다
달력에다 자식들 생일 표시를 안 해도
한 번도 빼먹지 않던 어머니
생일이면 하얀 쌀밥 수북이 담아
미역국에다 배부르게 먹는 날…
제삿날과 친척 생일날이면 요리 하시다
맛있는 것을 내 입에 쏘~옥 넣어주던 어머니
셈법을 몰라 손가락으로 오물락 조물락
몇 번 폈다가 오므리면 답이 나오는 방정식
줄 돈, 받을 돈, 한 번도 안 틀리시던 어머니에겐
연필과 종이가 필요 없으시다
어머니의 셈법 앞에서
피타고라스도 울고 간다
Ⅱ
냉수를 떠다 장독 위에 올려놓고
새벽마다 삼식이 공부 1등 하게 해 달라고
매일 치성(致誠) 드리는 어머니
학생 때 반장인 아들이
선생님 칭찬을 독차지하면
좋으면서 좋은 내색을 하지 않던
어머니는 더 지극 정성이셨다
우등상을 받아오면
‘삼식이 만세! 우리 아들 만세!’
덩실덩실 춤을 추며 좋아하던 어머니
시루떡 머리위에 이고
성황당 가는 어머니 앞에서
남포등 치켜들고
앞장 서 걷다 뒤 돌아 보면
긴 숨 몰아쉬던 어머니
성황당에 도착하면
손 모아 높이 높이 소지(所紙) 올리며
아들 딸 무병무탈(無病無頉)하게 해 달라고
애원하던 어머니가
오늘따라 더 그립고 보고 싶다
현삼식/ 양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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