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예나가 만난 산티아고의 사람들(5)
부르고스 가는 길가에 세워진 십자가에서 한장 찰칵
현예나가 만난 산티아고의 사람들(5)
'도와주는 기쁨을 알다'
크리스티나가 준 등산화와 함께 2013년이 시작되었다. 천사 같은 그녀의 마음씨 덕분인지 신발은 나에게 꼭 맞았고 나의 걸음 속도는 조금씩 빨라져갔다. 세 번째 대도시 부르고스(Brugos)를 향해 가는 길은 정말이지 즐거웠다. 발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데다 브랜든과 타티아나와의 우정도 깊어갔기 때문이다. 길을 걸으며 우리는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인생에 대하여 심오한 논쟁을 하기도 했고 ‘강남스타일’을 함께 들으며 대중문화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서양 사람들이 한국에 대하여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까미노에서 만난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과 북한을 확실하게 구별할 줄 알았고, 삼성이라는 굵직한 기업을 필두로 하이테크(High tech)를 이끌어 가는 국가로 한국을 인식하고 있었다. 심지어 브랜든은 한국에서 지난 12월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높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느끼며 나는 나의 작은 행동 하나 하나가 한국인의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한국 홍보대사로 생각하고 제주도 ‘올레길’ 등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틈틈이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나는 이 길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 마음속에 나라는 한국인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그들에게 ‘대한민국’이 좀 더 긍정적인 이미지의 국가로 인식되기를 바랐다.
우리는 길을 걸으며 부르고스에서 시티투어를 하기로 계획했다. 왜냐하면 부르고스는 브랜든과 타티아나의 최종 목적지였기 때문이다. 신나게 관광할 계획을 갖고 도착한 부르고스 알베르게(순례자용 숙소)에는 우리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한국인 5인방도 있었다. 길에서 몇 번 스쳤던 적이 있어서 나는 반갑게 그들과 인사를 했는데 그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리한 일정 때문에 아킬레스건이 심하게 부어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병원을 가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해서 막막하다며 나에게 같이 병원에 가서 통역을 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하였다. 순간 이미 예약한 시티투어가 생각이 났지만, 동시에 내가 힘들었을 때 누구엔가 받았던 친절과 호의 역시 떠올랐다. 그러므로 내가 받은 많은 호의를 나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나는 시티투어를 포기하고 그 한국인 친구들과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그 친구들과 의사 사이를 통역 해주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산티아고 길을 걸은 지 16일 만에 처음으로 도움을 받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치료를 받는 친구들을 보며 시티 투어를 포기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했다. 나를 도와주었던 많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이기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좋은 행동이 다른 사람의 좋은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병원에서 나온 뒤 그 친구들은 나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하였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나는 그들 덕분에 도와주는 기쁨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그 친구들에게 혹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거든 친절을 나눠주기를 부탁했다.
행복한 기분을 가지고 늦게나마 브랜든과 타티아나의 송별 파티에 참석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들을 회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너무도 힘들고 아플 때 만난 브랜든과 타티아나,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함께 걸어 주었던 고마운 나의 친구,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정은 깊었기에 아쉬움에 눈물이 흘렀다. 나는 유럽을 떠나기 전에 스위스에 사는 브랜든과 타티아나를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현예나가 만난 산티아고의 사람들(5)
부르고스 가는 길가에서 만난 양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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