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예리가 만난 산티아고의 사람들(6)
현예리가 만난 산티아고의 사람들(6)
카스트로 헤리츠 입구에서 MJ와 헤어진 뒤 MJ의 뒷모습(사진 상) 온타나스(hontanas)로 가는 길(사진 하)
현예리가 만난 산티아고의 사람들(6)
루게릭병을 극복하는 MJ와의 만남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 우애(友愛)를 나눈 친구, 브랜든과 타티아나가 떠난 첫 날 뭔가 허전함을 느끼며 이른 새벽, 혼자 길을 떠났다. 어둠에서 시작된 순례의 길은 동이 튼 아침 오르니요스(Hornillos) 마을에 도착했다. 밀려오는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마을 작은 바(Bar)에서 따뜻한 커피와 고소한 토스트를 먹으며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창문 밖으로 M.J가 보였다.
M.J는 지난 날 마주친 적 있는 한국 친구였다. 서로의 일정이 달라서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우연히 바(Bar) 앞에서 재회하게 된 것이다. MJ는 나와 걷는 속도가 많이 차이나 함께 같이 걷게 될 줄은 몰랐다. 둘은 오랜만에 모국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신이 나서 같이 걷게 되었다. 이 날 걷게 된 메세타 고원 지대는 평지 구간이긴 하나 길이 지루하고 길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MJ의 순례길 여정을 들으며 걷다보니 전혀 지루함도 못 느끼고 발이 아픈지도 몰랐다. MJ는 나보다 5일이나 늦게 출발했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걸어서 나를 따라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일반적인 순례자들이 하루에 20~30km정도를 걷는데 반해 M.J는 하루에 평균 40km 이상을 걷는 것이었다. 하루에 30km를 겨우 걷는 나는 도무지 그 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일정이 빡빡해서 그렇게 걷느냐는 나의 물음에 그 애는 아니라고 답 했다. 내 눈에 MJ의 까미노는 고행처럼 보였고 나는 그 애가 까미노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까미노의 즐거움이란 아름다운 스페인의 시골을 충분히 느끼며 걷는 것이며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래서 MJ에게 앞으로는 속도를 좀 줄이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다.
이런 나의 조언에 무언가를 결심한 듯 MJ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M.J는 몇 년 동안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위해서 공부만을 하고 살아왔다고 한다. 수능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갈 수 도 있었지만 꼭 원하는 전공이 있어서 주위의 만류에도 계속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공부를 하는 몇 년 동안 친구들과 거의 놀아 본 적도 없고, 매일 책상에만 앉아 있었는데 최근에 병원에 갔다가 루게릭병을 진단 받았다고 했다. 루게릭병은 운동세포가 점차적으로 죽는 희귀병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에 제한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아예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병이다. 병원 진단 이후 힘든 시기를 보낸 M.J는 능동적으로 루게릭병에 대항하기로 맘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게 된 것이고 걸을 수 있어서 매일 매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걷고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즐거워서 멈추고 싶지 않을 뿐더러 쉴 때 마다 두려운 감정이 들기 때문에 더욱 걷는 것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쉬다가 일어섰는데 발이 안 움직이는 꿈을 꾼 적이 있어서란다. 이야기가 끝이 나고 나는 MJ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루게릭은 20대가 선고 받기에는 너무 잔인한 병이지만 MJ를 좌절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밝은 그 애의 표정에서 슬픔과 좌절의 감정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신나게 산티아고의 길을 걷고 있는 MJ는 불쌍 하다기 보다는 멋있는 존재였다. MJ와 이틀 동안 메세타 고원을 걷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MJ와 함께 걸으며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련 앞에 무너지지만 능동적으로 일어나는 소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MJ 덕분에 시련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
진흙 밭인 메세타 고원을 걸었지만 불평이 나오지를 않았다. 진흙이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해도 쉽게 다음 발을 내딛을 수 있는 내 다리가 대견스럽고 즐거웠다. 이틀 후 MJ와 헤어졌다. 더 많이 더 빨리 걷고 싶은 MJ에게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빌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발이 아파도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자 이제 다시 혼자가 됐다. 나는 좀 더 나의 까미노를 즐기는 스타일로 첫 걸음을 걷는다. 목적지를 향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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