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림이 만난 사람 ' 한네 대표 최병화'
최송림이 만난 사람 “연극으로 전국제패”를
출정의 나팔수 최병화 극단‘한네’ 대표
충남 예산과 홍성에서 한창 펼치고 있는 제31회 전국연극제 출정(11일 홍주문화회관)을 앞둔 <그 여자, 이브>의 연습실은 초여름의 더위만큼이나 뜨겁다. 지난 4월 경기도 연극제에서 한수이북 극단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상을 거머쥐고 전국제패를 꿈꾸며 비지땀을 흘리는 진군의 기수요, 출정의 나팔수 최병화(57세, 사진) 극단 한네 대표를 만났다. “제가 쓰고 연출한 초연창작극으로서 연기도 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대상까지 받으리라곤 생각 못했어요. 전국연극제 예선을 겸한 우리 경기도 연극제의 치열한 경쟁을 잘 아시잖아요? 올해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은 18개 극단이 참가하여… 내친김에 경기도연극의 위상과 의정부 문화 예술의 명예를 걸고서라도 전국제패 욕심을 한번 내봐도 괜찮겠죠?” 최대표의 반짝이는 눈빛이 더 큰 일을 사양 않고 저질을 듯 예사롭지 않다.
사실이지 참가극단 수만 따지면 전국대회보다 경기도대회가 더 많다. 어느 도는 고작 서너 극단이 나와 대회를 치루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경기도 예선전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집행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중앙본부에 전국대회 참가 티켓 2장을 요구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야 어쨌든 극단한네의 이번 쾌거는 작은 신화요 역사임에 틀림없다. 요컨대 ‘육신’이 전국체전이라면 ‘정신’은 전국연극제인 셈인데, 의정부 시민들과 시 관계자들이 얼마만큼 자부심을 갖고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의정부의 새로운 무대예술 지평을 넓히며 자랑으로 떠오른 극단한네의 얼굴 최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내공은 상당하다. 1996년 창단한 극단대표에 만족하지 않고 극작가, 배우는 물론 영화감독까지 두루 섭렵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재작년엔 자신과 병상의 친정어머니가 함께 모녀출연한 가족기록사적 단편영화 <여자가 여자에게>를 만들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했다. 그리스 영화제에선 우수작품상을 받았고, 덕분에 이태리 베르가모 단편영화제에 초청돼 딸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는가 하면, 이듬해인 작년엔 그가 데뷔한 바로 그 영화제 특별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감독으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그 바쁜 틈에도 작년 말엔 <꽃을 받아줘><시간 밖에서> 등 대표작이 실린 두 번째 희곡집을 발간하여 출판기념회를 겸한 축하공연을 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인 그녀는 희곡작가로서도 부지런하여 상복이 많은 편인데, 경기도연극제 최다 희곡상수상에다가 2010년 올해의 한국희곡상을 안았었다. 여러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거침없이 넘나드는 자유로운 영혼에 혀가 절로 내둘러진다.
영원한 현역일 예술현장 지킴이 그녀의 열정을 노골적으로 부러워하자,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할 뿐인걸요” 간단명료한 그녀의 대답이 전혀 낯설지 않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로 얼마나 많은 땀과 밤을 하얗게 밝히는 창작, 창조적 고뇌의 세월과 맞섰겠는가!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타고난 자질을 이웃에게 베푸는 것이 최고덕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도 썩히는 것은 죄악이라는 말씀이다. 여장부기질의 맹렬 활동가에게 마지막으로 꿈이 뭐냐니까 “사랑방 같은 쉼터를 만들어 연극인이라면 누구나 쉬어갈수 있게 하고파요. 이번 작품 연습 중에 출연자 부인이 짜장면과 콩국수를 직접 만들어와 울컥했는데, 다시 또 기다려지며 배터지게 먹을 꿈을 꾼답니다. 헤헤헤!” 소박한 꿈 자락을 살짝 펄럭이며 소녀처럼 웃는 모습이 들꽃처럼 향기롭다.
글/최송림 (본지 논설위원,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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