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와 비야프랑카(Villafranca del Bierzo)까지 동행
현예나가 만난 산티아고의 사람들-(7화)>
<‘현우와 비야프랑카(Villafranca del Bierzo)까지 동행’
1월 4일, 보야디야(Boadilla del Camino)를 향해 걷고 있을 무렵 한 언덕 정상에서 나는 현우를 만났다. 현우는 가족과 함께 온 18살 고등학생이다. 고관절 통증 때문에 속도가 늦져 부모와 늘 차이가 나 우리를 만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10대 남자애들이 그러하듯이 현우도 나를 낯설어했다. 그런데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나와 현우는 걷는 속도가 매우 비슷해 걷다보면 항상 둘 만 길에 남곤 했다. 자연스레 동행 파트너가 된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친해져갔다.
하루는 사하군(Sahagun)이라는 곳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렐리에고스(Leliegos)까지 가는 날이었다. 오후 5시쯤 도착하게 되었는데 알베르게(순례자용 숙소)가 겨울이라서 관리를 안했는지 상태가 엉망이었다. 결국 우리는 7km 떨어진 만시야(Mansilla de las Mulas)까지 걷기로 결정했지만 나와 현우는 자신이 없었다. 하루에 37km를 걸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는 도중에 체력은 바닥을 쳤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 주었기 때문에 만시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결국 그 날 우리는 37km라는 최고 기록을 갱신하게 되었고 이 날 이후로는 30km 이상 걷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체력이 한 단계 올라선 날이었다.
한 번은 라바날(Rabanal del Camino)까지 걷는 날이었다. 라바날은 산 속 깊이 위치한 마을이었는데 가다보니 순식간에 날이 지고 말았다. 불빛이 없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서로 의지하면서 걸을 수 있었다. 현우와 걸으면서 즐거운 일도 많았다. 여름 까미노에는 순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음식을 나눠주는 사람, 기념 도장을 찍어주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길에 가득하다고 한다. 이들을 만나 응원을 받는 것도 까미노의 큰 즐거움이라고 하는데 겨울에 이들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런데 현우와 걷기 시작한 두 번째 날에 바로 “부엔 까미노(좋은 길 되세요)”를 외치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순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간이 될 때마다 사탕과 도장을 가지고 길 위에 나오신다고 하셨다. 기대를 안했는데 응원해주시는 할아버지를 만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현우와 비야프랑카(Villafranca del Bierzo)까지 동행
현우네 가족과 함께 하면서 나는 그리운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현우네 부모님은 주로 나와 현우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 하셔서 저녁 식사를 준비 하시곤 하셨는데 나의 밥도 함께 챙겨주셨다. 사실 한국에서부터 무겁게 챙겨 온 귀한 음식들을 나까지 매번 챙겨주시기가 어려울 뻔도 한데 나를 꼭 챙겨주셨다. 현우 어머니의 음식은 한 마디로 힐링푸드다. 하루 종일 힘들게 걸으며 느끼한 음식만 먹다가 밤에 현우 어머니의 한식을 맛보면 하루의 고된 피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렇게 좋은 일들만 가득했던 현우네 가족과의 동행이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이어질 줄 알았는데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현우와 비야프랑카(Villafranca del Bierzo)까지 동행
1월 12일 폼페라다(Ponferrada)에서 출발하여 비가 내리는 길을 현우와 한 참을 걷고 있는데 12월에 다쳤던 발톱이 갑자기 빠지고 만 것이다. 결국 나는 그 날 목표 마을의 중간 지점인 비야프랑카(Villafranca del Bierzo)에서 멈추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현우네 가족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메세타고원에서부터 시작된 현우네 가족과의 인연은 나에게 신체적으로는 체력증가를, 정신적으로는 여유로운 마음과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열흘 동안 나를 가족처럼 대해준 현우와 현우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현우와 비야프랑카(Villafranca del Bierzo)까지 동행
(상) 렐리에고스 (Leliegos)의 낙서벽으로 유명한 바 사진, (중)까리온(Carrion)가는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
순례자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고 있다. (하)현우네 가족과 함께 (하하) 발톱빠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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