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이버섯과의 첫 만남
1969년 중학교 1학년 때로 기억난다. 학교 서클 가입문제로 고민하다 등산부를 선택했다. 그 덕택으로 경기도 인근의 웬만한 산은 거의 정상을 올라가는 영광(?)을 누렸다. 산행을 하다보면 소변이 급해 능선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볼일을 볼 때가 있다. 볼일을 보노라면 거무틱틱해 마치 소가 변을 본 것 같은 버섯 다발이 눈에 띄어 발로 툭툭 차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후 30여년이 지난 십여 년 전, 친구가 좋은 버섯을 채취해 왔다며 이번기회에 먹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는 감언이설(?)에 친구의 집 밥상머리에 앉았다. 어! 이 버섯은 예전에 내가 발로 차버렸던 버섯이 아닌가? 이름이 무엇인고? ‘능이’ ‘능이버섯’이라 처음 들어 보는 단어였다. 색감도 그렇고, 입맛이 영 당기지 않아, 젓가락을 몇 번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 친구의 강권에 한 숟가락 입속에 넣고 오돌오돌 씹어 보니 맛과 향이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았다. 뜻 밖에 만난 능이버섯요리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우리 속담을 이해하면서 흡입할 정도로 한조각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웠다. 이것이 내가 능이 마니가가 된 시작이었다.
그 후 나는 가을만 돌아오면 능이버섯 따러 가는 것이 일상이 됐었고 지금은 능이지기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능이버섯을 만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옛날 중학교 시절의 기억까지 되살리며 온종일 능이버섯을 찾아 헤매다 거의 탈진 상태로 돌아오기도 했고, 이고지에서 저고지로 이동하다 길도 잃은 일도 있었다. 그래 버섯 마니아인 친구에게 한 수 가르침을 요청 했다. 고수(?)께서는 능이버섯은 아무데나 있는 것이 아니라 ►해발 400m 이상에서 나고 ►정 북쪽을 기준으로 서북, 북, 동북 방향에 있으며, ►7~8부 능선에 있는 참나무 군락지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 또 고수 소리를 들으려면 그 해의 날씨에 따라 군락지가 변하는 형세를 볼 줄 알아야하고, 사방 10m이네에 있는 능이버섯의 고유의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 한다고 알려줬다.
나는 이론과 실제를 확인하기위해 고수를 꼬셔(?) 도봉산 북쪽에 위치한 사패산을 찾았다. 고수를 앞세운 우리는 등산로를 벗어나 햇빛 없는 골짜기를 타기 시작 했다. 세 시간 정도 흘렀을까? 힘들어 서서히 꾀가 날만한 시간에 한 계곡으로 접어드는 순간 긴 띠를 이룬 능이버섯 군락을 발견 했다. 와우!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튀어 나왔다.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가 ‘심봤다’를 외치는 것처럼, 서부개척자가 황금을 발견한 것처럼 그때의 기쁨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날 나는 고수친구로부터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라는 농담에 어깨를 으쓱이며 둘의 배낭과 손가방에 능이버섯을 가득 담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가득 담은 능이버섯 무게로 힘도 들 텐데 한 시간도 안 걸려 사뿐히 내려왔다.
그날 밤, 고수친구와 나는 지인과 친구들을 불러 능이버섯파티를 열었고, 능이는 나눠주지 않는다는 전설을 깨고 능이선물까지 나누며 큰 전공을 세우고 돌아온 전사처럼 능이버섯을 첫 번째 딴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다. 이것이 내가 능이를 산 속에서 만난 첫날밤의 이야기다.
글/ 문창운(창운국제무역 대표, 능이지기, 맛 칼럼리스트)
능이버섯과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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