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이명박 정부의 선택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9년 만에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행을 단행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과 북-러 정상회담의 시기는 더더욱 놀라운 일이다. 최근 막혀 있었던 북-미 대화가 다시 재개되었다.
그러나 북-미 사이에는 이견이 있었다. 미국은 선 6자회담 복귀 전, 비핵화 조치 요구와 북은 6자회담 복귀 후 비핵화 조치라는 차이가 그것이다. 6자 회담를 재개한다는 입장은 같지만 언제 어떻게 재개할 것인가의 각론에서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그 같은 차이가 드러난 시점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다. 사전에 합의가 되어야 열릴 수 있다는 정상회담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미 북-러 사이에는 6자회담에 대한 공동의 입장이 합의된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얘기했던 조건없는 6자회담 복귀가 그것이다.
이는 북-미 양측의 입장 중에서 러시아가 북측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6자회담에 대해 북측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북측은 남-북-러 가스관 연결이라는 대 프로젝트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북-러 사이에 ‘윈 윈 외교’가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 정부로서는 북-러 정상회담이 달가울 리 없다.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라는 북-러 정상의 합의를 평가 절하하는 이유이다. 한국 정부가 비핵화 선행조치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결국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하는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 내에서 6자회담 재개의 여론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고, 미국의 외교가에서는 북-중-러의 밀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측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설득이나 압박이 더더욱 통하지 않을 것임을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미국도 북미 대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속도 조절은 있을 지언정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는 기정사실이다. 미국이 전략적 관리론을 폐기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MB의 딴지걸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미 지난 발리 회담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 - 북미 대화’가 재개됨으로써 미국의 입장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따라서 MB 정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반도 정세는 대화의 방향으로 정리가 된 것이다. MB의 선택은 둘 중의 하나이다. 기존의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서 주변부로 전락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입장을 전환해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의 목소리를 낼 것인가. 북-러 정상회담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까지 함께 갖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대화에 동참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임을 역설한 것이다. 되도 않을 고집을 피웠을 경우의 말로를 이번 서울 주민투표와 오세훈의 서울시장직 사퇴에서 확인하였다. MB가 오세훈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글/장창준(새세상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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