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석 기자가 전하는,
코로나 확진자 20만시대 '양치기 소년과 켄타우루스'
양치기 소년이 심심해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퍼트려 마을 사람들을 속였다. 재미가 붙은 양치기 소년은 두 번째, 세 번째 거짓말을 퍼트렸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속으면서도 도와주러 왔다가 허탕을 쳤다. 그러나 네 번째는 진짜 늑대가 나타나자 사람들에게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소년이 또 거짓말하는 줄 알고 아무도 오지 않아 결국 양들은 늑대에게 잡아먹혔다는 우화가 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거짓말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라면 더욱 자신의 말과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한 판단과 예측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우리나라에 있을까? 최근의 사태들을 보면서 제대로 된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일반인들이 불신을 더 많이 가지게 된 것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책임도 크다. 감염병이 생겼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방역 이전에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정확한 정보일 것이다. 이번 여름에 메르스나 코로나가 아닌 켄타우루스 BA.2.75가 퍼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온 것들보다 이번에 오는 게 진짜라고 하고, 최악의 바이러스라고 한다.
하지만 방역에 대한 대책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면역력이 심각하게 파괴된 상태에서 켄타우루스 BA.2.75가 온다면 그 피해는 심각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전통적으로 감기 시즌은 10월 중순에서 시작해서 다음 해 3월 중순에 끝난다.
메르스 이후 중동지역에서처럼 여름 감기가 주목을 받더니 이젠 코로나19로 인해 사시사철 감기 시즌이 되었다. 겨울 감기는 겨울에 맹위를 떨치고 여름에는 맥을 못 추는데 이제는 여름에도 여름 감기가 맹위를 떨치는 시대를 맞이했다.
여름에 찾아온 켄타우루스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저승사자가 될 것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 변이 중 전파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 ‘BA.2.75’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여름철 재유행에 ‘경고등’이 켜졌다.
7월 1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는 14일 인천에 거주하는 60대 내국인 확진자에게서 BA.2.75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확진자는 8일부터 경미한 증상이 발생해 11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의 표본추출과 방대본의 최종 분석을 통해 변이가 확인됐다. 해당 확진자는 감염 기간 중 해외 여행력이 없어 이미 지역에 BA.2.75가 전파된 것으로 파악된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중앙사고수습본부)은 15일 “BA.2.75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당장 대응방안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아칸소주립대의 연구결과를 보면 BA.2.75는 최근 3개월간 인도에서 확산 속도가 하위 변이 ‘BA.5’의 3.24배였다. 기존 변이와 특성이 달라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 ‘켄타우루스’라는 별칭이 붙었다.
BA.2.75는 BA.2(스텔스 오미크론)에서 파생돼 인도에서 5월 26일 첫 발견됐다. 이후 미국, 호주, 독일, 영국,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 등 10개국에서 총 119건 발견되었고 점유율도 오르고 있다. 인도의 경우 6월 20일 7.9%에서 6월 27일 51.35%로 우세종이 됐다. BA.2.75는 최근 전 세계 재유행을 주도하는 BA.5와 BA.4보다 면역 회피력이나 감염 전파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하위 변이들보다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많아 바이러스가 더 효과적으로 세포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대본은 스파이크 유전자 변이 수가 BA.2는 28개인데, BA.2.75는 이보다 8개 더 많은 36개라고 밝혔다. 문제는 유행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BA.2.75와 BA.5가 동시에 퍼지는 ‘쌍끌이 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초 오미크론 유행 당시 ‘BA.1’(오미크론)과 ‘BA.2’(스텔스 오미크론)가 함께 확산하면서 피해가 커진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확산은 정부의 예측치를 넘어섰다. BA.5가 예상보다 빨리 확산한 탓에 정부는 예측했던 재확산 규모와 유행 시점을 수정해야만 했다. 민간 연구진들은 정부가 예상한 재유행 규모 ‘9월 중순 20만명’보다 높은 예측치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는 8월 10일 하루 최다 28만8546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이려면 의료체계를 앞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 배용석 의학전문기자(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서울삼성병원내분비과 연구원, 스마트푸드D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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