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준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생각해 봅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2012년 화창한 봄 날씨를 느낄 수 있었던 어느 날 센터에서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통화 내용은 의료공제회 가입에 관한 통화였으나 전화를 주신 분은 이주노동자가 아닌 한국인이었다. 의료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에 의료공제회 가입 절차를 안내해 드렸으나 한국인이 직접 연락을 취하여 이주노동자의 의료공제회 가입 절차를 문의한다는 것이 다소 의외라고 생각하였다.
간혹 이주노동자의 친구 분들이 문의는 하였으나 그 내용은 즉 자신의 가정에서 가사노동자로서 일을 하고 있는 미등록 중국동포 A씨에 관한 이야기였다. A씨는 자궁 근종으로 인하여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대부분 중국동포는 한국에 처음 입국할 당시 대다수가 F-4 비자를 소유하고 있기에 국민건강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에 처음 오게 되었을 때 건강보험 가입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가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씨 역시 너무 비싼 건강보험료 때문에 가입을 하지 못하다가 미등록 상태가 되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자 의료공제회 문을 두드리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일하고 있는 가정 집 주인이 손수 직접 수소문 끝에 연락을 주셨기에 A씨는 의료공제회에 가입 후 진료기록과 함께 협력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고 치료 후 의료공제회 지원을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여 현재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작년 필리핀에서 개최된 세계이주사회포럼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는 노동 문제와 더불어 하나의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여러 악조건들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는 이주가 발생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 낯선 환경, 음식 그리고 심각한 작업 환경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에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은 더욱 병들어 가고 있다.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 앞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은 병원 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그 이유는 월급의 대부분을 고향으로 송금하기에 남은 적은 금액을 가지고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병원비마저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기에 몸이 아파도 병원을 가는 것마저도 힘든 일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의료 혜택을 좀 더 편리하게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지만 그 해결책은 쉽지가 않다. 의료공제회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현실 속에서 많은 고민을 더 하게 된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의료 혜택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 진료기관에서는 보건복지부 지원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기 지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받을 수 없는 혜택일 뿐이다. 이 와중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의료 혜택을 지원하는 병원이 있으니 정말 감사하고 그 곳에 많이 의지하게 된다. 하루 빨리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의료기관이 더욱 많이 생겨나기를 희망할 뿐이다.
정부가 다문화 플랜, 정책 등을 외치며 정책이나 제도 등이 수립되고 있고 각종 사회복지기관에서 이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을 수립하고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도 차별이라는 장막을 스스로 세우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한 수많은 정책과 프로그램들 속에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등록이라는 단어가 선입견과 편견을 갖게 하는 모양이다.
그저 같은 사람으로서 상대를 바라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만 할 것이다. 요즘 들어 A씨의 감사하다는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고 있다. 왜냐하면 감사하다는 그 말 한마디가 다른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상대할 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지니게 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글/문성준(서울이주노동자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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