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의 '스스로 아는 것은 명이다'
기자수첩
"더른 사람이 아는 것은 지(智)이고, 스스로 자신을 아는 것은 명(明)이다"
중국의 수천년 역사는 그야말로 치란흥망(治亂興亡)의 역사였다. 이런 시대를 이끌었던 제후들은 어떤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득히 먼 옛날에 있었던 당시 지도자들의 그것들이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고서 ‘황제열전(皇帝列傳)’을 보면 난세를 헤치고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능력이라고 했다. 현대식으로 말한다면 경영 수완일 것이다. 그 능력을 지니지 못한 지도자는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능력을 의미하는 내용은 매우 광범위한데 그 기초가 되는 것은 지(智)와 용(勇)두 가지다. ‘지용겸비(智勇兼備)’ 즉 지와 용을 함께 갖추는 것이 명군과 명장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지는 선견지명과 통찰력을 말한다.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서 알아차리는 능력, 또는 보다 깊이 있게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손자의 병법에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서처럼 남을 알고 자기를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지인 것이다.
그리고 용이란 현대식으로 말하면 결단력이다. 확실히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난세를 헤쳐 나아갈 수 없다. 또 정확하게 틀림없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도 지도자로서의 조건이다. 그런데 용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앞으로 돌진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국인들은 그런 종류의 용을 ‘필부지용(匹夫之勇)’이나 ‘만용(蠻勇)’이라고 하여 경멸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지도자에게 필요한, 물러나야 할 때에 뒤로 물러나는 행위가 바로 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조건이 있는데 비로 덕(德)이다. 채근담(菜根譚)에 “덕(德)은 사업의 기본이 된다” 라는 말이 있다. 사업을 발전시키는 기초가 되는 것은 지도자가 지니고 있는 덕인 것이다. 능력만으로도 사업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으킨 사업을 성장시키고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덕을 필요로 한다. 덕이 없는 지도자는 일시적으로는 두드러질지 몰라도 길게 가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이란 무엇일까? 첫 번째로는 겸(謙)이다. 겸이란 겸허를 말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신분이나 지위를 내세우지 않으며, 상대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겸이다.
이 같은 겸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덕이지만 특히 지도자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요망되는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두 번째로는 관용(寬容), 또는 관대(寬大)이다. 그것은 포용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논어>에 ‘관즉득중(寬則得衆)’이란 말이 있다. 지도자가 관을 갖추어야 비로소 부하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 중에 근(勤)이 있다. 근은 근면하다든가 성실하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지도자인 경우에는 솔선수범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제갈공명이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정무에 힘썼다. 그 점이 부하들이 그를 믿고 따르며 분발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근도 또한 지도자의 덕으로서 빠뜨릴 수 없는 요인이다.
수천년 중국을 이끌어온 50인의 모략가 중 한사람인 한비자([韓非子)는 지도자의 수준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자기의 능력밖에 쓸 줄 모르는 자는 최하의 지도자이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중간 정도, 그리고 다른 사람의 지혜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최고의 지도자이다” 요즘 미국에서 국제적인 망신을 시킨 윤아무개씨가 생각나서 적어 보았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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