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의 '1초의 기적'
생각해 봅시다 '1초의 기적'
세월이 약(藥)이란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어려움도 다 해결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이 어떤 회식(會食) 장소에서 술을 한잔 더 먹느냐, 먹지 않느냐에 따라 상황이 180도 달라 질 수 있다. 술 한 잔 마시는 시간은 1초도 안 걸린다. 한잔 더 마시는 바람에 의식을 잃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여 평생 후회하면서 사는 사람이 많다. 1초가 늦어 외국 가는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고 1초 때문에 버스를 놓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은 생명과 같다(Time is life)”고 말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하루 24시간을 쪼개며 살아가고 누구든 1440분의 시간을 공유하고 있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이 공유하게 된다. 시간은 억만금을 주어도 단 1초의 시간을 살 수 없고 빌려 쓸 수도 없다, 시간은 저축할 수도 없고 시간은 자기의 귀중한 생명하고도 바꿀 수도 없다.
얼마 전 런던올림픽 경기에서 ‘1초의 오심’ 때문에 올림픽 정신이 무색할 정도로 분위기가 썰렁했다. 금이나 다이아몬드로 만든 시계든 단돈 1000원짜리 시계든 시간의 흐름은 같다. 1911년 미국에서 ‘경영의 과학화’를 내세운 경영학자 프레드릭 테일러는 노동시간을 초단위로 짧게 쪼개 계산했다. ‘책상 가운데 서랍을 여는데 0.026초, 닫는데 0.27초. 옆 서랍을 닫는데 0.009초, 의자에 앉은 채로 옆에 있는 책상이나 파일함까지 움직이는 데 0.050초 걸린다.’ 테일러는 1초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 생산성이 30% 넘게 올라간다고 갈파했다.
지구촌이 공통으로 쓰는 1초의 표준은 세슘 원자가 91억 9253만 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을 1초라고 규정했다. 1초를 더 쪼개면 1000분의 1초인 밀리초, 100만분의 1초인 마이크로초, 10억분의 1초인 나노초가 된다. 인공위성에 달린 시계가 1마이크로초라도 틀리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목적지가 실제 위치와 300M만큼 차이가 난다고 한다. 1초에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지난해 미국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IBM이 만든 수퍼 컴퓨터 왓슨이 퀴즈의 달인들을 꺾었다. 왓슨은 1초에 책 100만권에 해당하는 자료를 검색해 답을 찾아낸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는 벌새다.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날개 짓을 하여 공중에 부동자세로 선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오심을 막으려고 1000분의 1초까지 잡아내는 카메라가 등장했다. 요즘 런던올림픽에선 1초에 사진 2000장을 찍는 카메라가 동원됐다. 여자 펜싱의 신아람 선수가 준결승에서 억울하게 패해 눈물을 흘려야했다, 신아람은 독일 하이데만과 맞서 승리 직전까지 갔지만 심판이 전광판에 남은 시간을 0초에서 1초로 되돌리는 바람에 공격을 허용해 지고 말았다. 전광판 시간이 1초를 가리키고 있는 동안 하이데만은 모두 1.56초가량 공격해 막판 점수를 땄다.
하이데만은 “1초가 1.99초일 수도 있지 않으냐”고 강변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1초는 0에서 1초까지 남았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러니 1.99초는 분명히 1초를 넘겨 1초와 2초 사이 시간이다. 1초 때문에 행복과 불행이 나눠지고 죽고 사는 문제가 달라진다. 1초는 운명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아주 긴 시간이다. 글/ 박태원 교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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