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를 대접해야 1등 국가
현대는 고도의 학습 사회이다. 급속도로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살아가려면 과학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특히 인구 13억 명을 자랑하는 중국과 1억 4천 명을 자랑하는 일본은 과학적으로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유명한 케리 여사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인들이 저지르기 쉬운 세 가지 정신적 범죄는 첫째 불학(不學), 모르면서 배우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불교(不敎), 알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불위(不爲),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600년 전 세종시대, 조선은 세계 최고의 기술 강국이었다. 일본에서 편찬한 세계 과학기술사 사전에 15세기 전반 50년간 세계 과학기술 업적 62건이 기록되어 있고 그중 29건이 조선, 중국이 5건, 기타 국가가 28건이다. 재위 32년에 어떻게 이러한 창조적 혁신이 가능했을까? 세종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솔선수범하였다. 싱크탱크인 집현전의 학사 99명 가운데 21명이 과학기술자였다. 그들과 밤낮으로 토론하여 정책을 결정했다.
노비인 장영실의 정밀한 재주를 존중하여 중국에 보내 천문기기를 연구하여 세계 최고의 천문대를 완성하게 하고, 주자소를 경복궁 안으로 옮겨와 장군 이천의 기술역량을 높이 사 금속활자 갑인자를 완성하게 하는 등 수많은 기록으로 볼 때 세종이 얼마나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과학기술자를 존중했는지 알 수 있다. 세종은 언제나 리더로, 팀원으로, 멘토로, 격려자로 과학기술자들과 함께했다. 기술자들에게 높은 급여로 생활을 안정시키고 한양 주변의 벼슬을 내려 언제든지 국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왕으로부터 존중받은 기술자들은 자기분야에 몰입하여 위대한 기술 업적으로 보답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몰입할 수 있는 나라, 창출한 성과를 올바르게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나라, 과학기술자가 국가발전의 주체로서 존중받는 나라, 북유럽의 강소국 등 선진국은 대체로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다. 중국도 영도들이 새해 아침에 원로 과학자들을 찾아 세배를 드리는 것으로 존경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가? 우수 인재들이 과학기술을 기피하고 해외에서 공부한 과학기술 영재들이 돌아오지 않고, 엔지니어들이 현장을 기피하는 현상을 볼 때 많은 걱정이 앞선다. 국가 과학기술 예산은 해마다 10% 가까이 증가하는데 과학기술자들은 행복해하지 않고, 연구 생산성은 정체되고 효과성 효율성에 대한 논란은 높아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그 답을 과학기술을 존중하고 과학기술자를 존경하는 문화에서 찾아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래의 융합기술, 뇌(腦)과학 등 신기술산업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즉 우수한 인재들이 먼 국가의 장래를 생각해서 이공계로 진출해야한다.
과학기술 강국이 되지 못하면 중국이나 일본을 이길 수 없다. 과학기술 강국이 되려면 과학기술자가 존중받는 문화가 선결과제다. 과학자가 대우받는 나라가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사람들은 뜻과 말과 마음이 통하면 존중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언로가 통한다고 생각했던 과학기술부가 해체되고 보니 의지할 곳이 없어진 것이 과학기술계의 현실이다. 정부의 중요한 요직에 과학기술계의 인사가 몇 명 있는가?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도 그들만의 행사였고, 100대 기술도 과학기술자들만의 얘기다. 한강의 기적을 얘기하며 그 주역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의 뒤를 이으려 할 것이고 평생을 목숨 바쳐 연구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인가? 세종대왕처럼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과학기술자를 존중하면 모두가 따라온다. 말이 아니라 솔선수범의 실천이 중요하다. 21세기는 융합과 창조의 시대, 과학기술자의 창조적 혁신 노력 없이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공감하면 역사의 바퀴를 새롭게 돌릴 수 있다. 과학기술 인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최고로 대접을 해준다면 이공계 기피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끄는 것은 과학자가 많고, 어려운 살림에도 과학자에게 대접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더 나아가 미국을 제패하려면 훌륭한 과학자를 키우는 데 정부도 국민도 관심을 모아야 할 때이다. 글/ 박태원(본지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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