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추락은 정부의 책임
박태원, 교권추락은 정부책임
장자는 국장흥필귀사(國長興必貴師)라고 했다. 스승을 귀하게 여겨야 국가가 크게 흥한다는 말이다. ‘교육이 희망이다’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요즘 교육현장에서는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에게 모욕을 주거나 폭력을 가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최근 잇따라 교권(敎權) 추락 사례가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불량한 학생을 지도하다가 제자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발로 차여 기절한 교사가 있는가하면, 수업 중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가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은 교사, 수업 중 휴대전화를 쓴 학생에게 엎드려뻗쳐를 잠깐 시켰다가 학부모의 민원 제기로 징계를 당한 교사, 옷차림이 불량한 학생 대신 교장에게 회초리로 맞은 교사의 이야기는 결코 웃어넘기지 못할 요즘의 교육 자화상이다.
학교장의 비리가 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법처리하면 될 일을 아침 6시 뉴스를 시작으로 밤 12시 뉴스가 끝날 때까지 방송에 나오니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육자를 어떻게 보겠는가. 그것이 학교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문제 학생들이 사회진출을 하면 사회적인 문제가 크게 대두된다. 문제 학생이 강도나 도둑이 되어 사회로 진출하면 도둑이나 강도를 잡기위해 3~4명의 형사가 따라붙게 된다. 문제 학생을 모태로 사회적으로도 크게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다.
교권은 교사에게 보장된 법률적 권리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인격적 권위를 말한다. 교육자로서 자율성을 가지고 학생의 사람됨을 만들어가는 권위를 가진다는 뜻이다. 교사가 만인의 사표로서 ‘스승’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최근 사태들은 교사들이 자율성을 갖고 학생의 사람됨을 지도할 수 있는 권위를 갖고 있는지 반문하게 한다.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학교가 무방비 상태가 된 가운데 학생 체벌 금지나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이 크게 일조하였다는 의견이 많다.
학생 체벌 금지나 인권조례 제정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정책의 파급효과를 신중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교육시책을 따르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교사들이 외국 교사들에 비해 학생 훈육이나 상담 문제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교사 대상 국제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이혼율이 급증함에 따라 가족 기능이 해체돼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증가하고, 폭력성을 조장하는 인터넷게임 중독, 과도한 학력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학생들의 정서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인도 늘고 있다.
이런 가정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들은 학력 향상이라는 전통적 기능 외에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돌봄 기능을 추가로 수행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 조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교사들에게는 부모의 사랑이 결여된 학생, 미래에 대한 꿈이 없는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돌보아야 하는 책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적 판단에 따라 학생을 훈육하고 지도할 수 있는 자율성을 빼앗긴 채 말이다.
교사들을 규격화된 표준과 일상적 규칙에 따라 학생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공장의 직공으로 간주하고, 그런 표준과 규칙에서 벗어난 교사를 징계하는 현행 풍토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겠는가? 수업시간에 통화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는 교사에게 덤비지 않는 학생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적 특성과 학생 인구의 특성에 맞춰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도록 하려면 실추된 교권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필수다. 교사로부터 학생의 사람됨을 만들어 가는 권위를 빼앗아버리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수업태도도 교사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공부가 된다. 정부가 책임지고 불량한 학생은 옛날처럼 퇴학을 시키고 교사에게 함부로 대하는 학부모는 교도소로 보내야 정신 차리고 교육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교권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공교육 정상화나 교육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뿐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자가 학생들을 예절바르고 똑똑하게 키워야 선진국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태원(본지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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