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기자수첩
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만사형통(萬事兄通)에서 만사형통(萬事刑通)으로....
‘깜냥’이라는 우리말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깜냥의 예문으로 ‘그는 자기의 깜냥을 잘 알고 있었다’, ‘장마 통에 집을 잃고 깜냥엔 비를 피해 오길 잘했다고 안심하는 성싶었다.’라고 올리어져 있다. 이명박 정부의 권력실세들은 이 깜냥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 같다. 왜냐하면 오늘날 이 나라의 실세권력자들은 산에 박힌 돌을 다이아몬드로, 정치꾼을 최고의 방송콘텐츠 전문가로, 부부문제 상담가를 대운하 전문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그 재능을 키워 좋은 길을 열어주는 것은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 장려할 일이다. 그러나 깜냥이 아닌데 자신에게 아부한다고 큰 자리를 맡기고 기어코 사고를 치게 만드는 건 그 자신부터가 권력의 실세가 될 깜냥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정도 이야기하면 독자들은 충분히 눈치를 쳤을 것이다. 긴 가뭄을 마감하는 시원한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11일 청와대에는 ‘길고 무거운 침묵’만 흐르고 있었다. 이날 새벽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됐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막강한 ‘형님권력’을 누리던 이상득 전 의원도 결국 비리혐의로 무너졌다. 20명 가까운 측근·친인척 비리의 종결자가 된 것이다.
이런 모습에 대해 전 국회의원이었던 박찬종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요란한 소리 끝에 만사형통(萬事刑通:모든 것이 형무소로 통한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정권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탓’이라고 올리기도 했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추적자’를 보면 탤런트 박근형은 권력의 실세들과 전화하며 수시로 나누는 “욕봐라”란 말이 유행이다. 박근형은 “욕봐라”란 이 세 음절의 고저장단을 조율하며 “그래, 내가 그동안 그 많은 뇌물을 주었으니 이번 일을 잘 처리해다오” 혹은 “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책임져라” “내 부탁을 안 들어주면 정말 욕볼 일이 생길 것이다” 등의 의미를 표현한다고 언론은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말 요즘 우리나라 대통령의 친인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성공한 기업가 출신인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상득 전 의원에게 ‘나는 일만 열심히 할 테니, 여의도 정치는 형님이 관리해 달라’라는 역할분담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의 상당부분을 이상득 전 의원에게 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국회와 직접 소통했더라면 지금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무튼 이상득 전 의원은 ‘왕 위의 상왕’이 되었고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니 자연스럽게(?) 감옥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현 정권 집권초기에 형님권력에 대한 경고가 끊이질 않았는데도 방치했고 결국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면서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라고 말했고, 정치평론가인 신 율 교수(명지대 정외과)도 “사과의 문제가 아니라 용서를 빌어야 할 사안”이라며 “친인척 관리를 잘못한 것과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주장했던 것에 대해 즉각적으로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모 언론은 밝혔듯이 모든 문제와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었다고 말한 것이 얼마 전이었는데 정말 아쉽다. 완벽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니었다는 배신감 때문에 그런 것이다.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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