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한 판 붙으려면 계급 떼고 붙어라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는 얼마 전 자신의 저서<티베트의 자유를 위하여>의 ‘세계평화를 위한 인도주의적 접근 편’에서 이렇게 기술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지도자와 러시아의 지도자가 갑자기 무인도 한 가운데에서 서로 만났다면, 저는 그들이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 자연스럽게 대 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상호간에 존재하는 의심과 오해의 벽은 그들이 ‘미국의 대통령’과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확인되는 순각 그들을 갈라놓습니다. 의제 없이 이루어지는 비공식적인 확대회의 형태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접촉을 만드는 것이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서로 관련되어 있음을 배우려하고, 이해를 기반으로 국제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 노력 할 수 있습니다. 두 당사자, 특히 적개심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은 상호간에 의심하고 미워하는 분위기에서 효과적인 협상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완장(腕章)이란 단어가 있다. 신분이나 지위 따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팔에 두르는 표장(標章)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진 몰라도 이 단어의 의미가 조금 씁쓸하게 사용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완장을 두른 안내원은 호루라기를 휙휙 불고 있었다’ 혹은 ‘손가락으로 건드려도 넘어지게 생긴 허약한 녀석일지라도 반장 완장만 찼다 하면 백팔십도로 달라져서 으레 남들을 호령하는가’ 등 매우 안 좋은 쪽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앞부분에 언급한 달라이라마의 글과 완장이 주는 의미가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의아해 하는 독자들이 있겠지만 선거가 며칠 안 남은 시기라 한 번 조합을 해보았다.
이번 선거는 언제나 그랬듯이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보수를 대표하는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과, 진보를 대표하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을 공천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했고, 새누리당은 도덕성에 공천기준을 맞추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치란 총론은 같은데 각론이 다를 수 있다. 각론을 도출해 내는 방법론도 다 룰 수 있다. 그러나 달라이라마의 글처럼 ‘미국의 대통령‘과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확인되는 순간 그들은 사생결단을 하고 마치 서로 잡아 죽이러 으르렁 거리거나 후보확정, 당선 확정이라는 완장을 차는 순간 사람이 백팔십도로 달라져서 으레 남들을 호령하려한다. 군대에서 선임과 후임 간에 싸움이 일어나면 서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계급 떼고 한 판 붙자”라고. 그래! 한 판 붙으려면 계급 떼고 붙어라. 인신공격, 반대를 위한 반대, 마타도어 이런 진흙탕 싸움 이번 선거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옷만 입고 우리가 무인도에서 만난다면 조금의 오해나 싸움은 절대 안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당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다르다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적개심을 가지게 된다. 완장을 둘렀다고 우리는 교만해지고 남을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 선거가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것인지 본래 인간이 이런 것인지 참 헷갈린다. 어쨌든 국회의원 선거가 며칠 안 남았다.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좀 인간미 있는 선거를 보았으면 한다.
현성주'기자수첩'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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