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지금부터 140억 년 전 인류의 역사는 이 지구상에서 시작된다. 태초의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그 다음에 태양을 만들어 빛을 발하게 된다. 빛을 낮이라고 부르고 어두움을 밤이라 불렀다. 그 다음 사람의 몸을 만들고 바다와 땅(육지)을 만들었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빛은 태양에 의한 자연광으로 존재한다. 빛을 통해 인간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빛은 과일과 곡식도 익게 하고 자연법칙에 의해 인간이 살아가는데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존재이다. 옛날 원시 시대 때 발가벗고 추위에 덜덜 떨면서 얼마나 빛을 기다렸을까. 미개한 시대에 살 때 태양을 신(神)으로 믿고 산 사람도 많을 것이다.
멕시코만 해도 해신과 달신을 믿는 나라이다. 빛이 없는 인간의 삶은 상상하기 조차 싫다. 태양은 일출과 일몰 사이에만 존재하며 인간 생체리듬의 근본을 차지한다. 그러나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야간 생활이 늘어나면서 자연광을 대신할 인공광원이 필요해졌다.
나무 장작불, 등잔불, 기름램프, 촛불, 가스라이팅을 거치면서 진정한 인공조명의 시초인 백열램프가 약 130년 전인 1879년 토머스 에디슨에 의해 텅스텐 필라멘트로 개발되고 1930년대 들어서 더 효율적인 형광램프가 출연하여 밤에도 훤한 세상을 맛볼 수 있다. 빛은 희망, 영광, 출세란 뜻을 의미한다.
그 뒤엔 반드시 어둠이 존재하는 그림자가 따라 붙는다. 이 세상 사람들이 빛을 보고 출세했다고 으스대다가 어두운 그림자를 생각하지 못하고 교만한 행동을 하다가 캄캄한 감옥에 갇히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좋은 일이 있을수록 겸손하라는 창조주의 교훈이 아닌가.
우리는 가장 출세한 사람을 스타라고 부른다. 감히 태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영광 뒤에는 어두운 곳에서 말없이 돕고 희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빛은 항상 방향성을 갖기에 빛에 수반된 그림자가 뒤따른다. 그림자는 빛의 이미지와는 달리 어두운 의미를 내포하는데 빛에 의한 필연적인 산물이다. 빛도 적당할 때 좋은 것이지 너무 강렬하면 얼굴도 타고 피부도 벗겨지고 심지어는 피부암까지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바라볼 때 낮은 자세로 남을 섬길 줄 알아야 한다.
빛의 눈부심은 누구나 경험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잠깐 경험하는 눈부심을 공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즉, 빛도 지나치면 공해가 되고 삶의 방해가 된다. 빛도 더 지나치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건강을 위협하는 공해로 인식될 것이다. 밤에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빛 공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에 설치한 보안등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없고 늘 피곤한 생활을 해야 한다. 주택가에 들어선 골프연습장의 강렬한 빛으로 밤에도 항상 주위는 대낮같이 밝다. 이로 인해 우리 인간은 개인의 사생활에 침해를 받고 가족의 자유 시간에 방해를 입게 된다. 밤에 빛을 발하는 것은 동·식물에게도 공해가 되고 사람에게도 많은 피해를 준다.
어두워야할 밤에 과도한 불빛 때문에 자연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면 불빛은 우리 인간에게 재앙을 주는 것이다. 건물 간판의 밝은 빛으로 인한 야생 조류의 충돌과 이동 방해, 포유동물의 번식능력 저하, 파충류의 서식지 이탈 및 교배능력 저하로 모든 생활이 불행해질 수 있다. 또 농작물의 개화시기(開花時期)가 너무 늦어지거나 너무 빨라져서 피해를 가져온다.
도심의 경관조명이 늘어나면서 하늘의 별을 볼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무분별한 경관조명은 인간을 어두움 속과 타락 속으로 유인하는 빛이니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죄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밤의 밝은 빛 때문에 자연생태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말 못하는 동·식물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우리 인간은 알아야한다. 동·식물의 피해는 곧 인간의 피해이고 동·식물 이 못 살고 죽는다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도 곧 죽음을 의미한다.
빛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공간과 시간, 양만큼 제공해야 한다. 빛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일률적인 소등(消燈)보다는 빛이 필요한 정도와 시간을 지역별로 명확히 규정하고, 빛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사(照射)될 수 있는 가로등, 보안등, 투과등을 선택하여 적절하게 배치하면 빛 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밤거리도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색상보다는 보편타당한 조명디자인을 통해 아름답고 유용한 빛을 창출해야한다. 뭔가가 부족해도 문제지만 너무 지나쳐도 문제가 있다. 그림자가 무서워서 빛 자체를 없애는 우(愚)를 범하지 않고서도 빛을 좀 더 유용하게 쓰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빛은 잘 활용하면 영광이지만 잘 못 활용하면 우리 인간에게 큰 재앙을 줄 수 있다. 빛 뒤에는 그림자가 있듯이 영광(榮光)뒤에는 반드시 인간을 유혹하는 웅덩이가 있고 비리와 부정의 늪이 있다. 빛은 자기를 자랑하지 않는다. 영광의 자리에 있을 때 낮은 자를 돕고 어려운 사람을 섬기는 빛의 지혜를 배우자.
박태원'빛과 재앙'
글/박태원(본지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서정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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