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네 고향은(?) 강원도 평창
천하열녀 춘향이의 고향은 남원이요, 천하효녀 심청이의 고향은 황주(黃州)도화동이다. 천하의 잡년 옹녀의 고향은 평안도 월경촌(月景村)이요, 천하의 잡놈 변강쇠의 고향은 함양 지리산속이다.
그렇다면 천하에 착한 흥부의 고향은 어디일까. 픽션의 주인공이기에 고향의 의미는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고전소설이나 판소리의 주인공은 그 고향에 전해 내려온 실화의 주인공을 언제 누군가가 픽션화한 경우가 많기에 전혀 무의미하지만은 않다.
흥부 식구가 고향을 떠나 구걸을 주로 전라도에서 했다고 한다. 법성포·낙안·벌교·줄포·순창·복흥·태인·산내를 돌아다니는데 구걸로는 입에 풀칠할 수 없어 고향 근처로 다시 찾아와 복덕이란 인심 좋은 마을의 빈집 한 칸에서 살았다고 한다.
여기 복덕이란 허구의 마을이다. 하지만 충청도 아랫녘 경상도에 접한 전라도일 가능성이 높다. 제비가 보은포(報恩匏)라는 박씨를 물고 왔을 때 ‘이 제비가 올 적에 공주·노성·은진을 거쳐 서쪽에서 오질 않고 보은·옥천을 거쳐 북쪽에서 내려왔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흥부집은 ‘방에서 반듯하게 드러누워 천장을 보면 구멍이 나있어 이십팔숙(二十八宿)별자리를 헤어보고, 일하고 곤한 잠에 기지개를 불끈 켜면 상투는 허물없이 앞 토방에 쑥 나가고 발목은 어느새 뒤란에 가 놓였구나, 밥을 자주 하지 않으니 아궁이에 풀이 가득 나있구나’ 이것이 바로 흥부의 그 고향집이다.
신재효가 채집한 판소리 사설집에는 흥부의 고향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으나 인간문화재 강도근(姜道根)옹이 완창한 흥부전에는 명시되어 있다. 강남제비가 날아온 노정을 보면 팔도 명승지 다 둘러보고 흥부 고향집에 당도하는 대목에서 ‘연재 넘어 비전을 지나 팔량재 밑에 이르러 흥부집을 찾아 빙빙 도는 저 제비 거동 좀 보소’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팔량재 밑은 전라도 남원군과 경상도 함양의 접경마을이요, 연재와 비전(碑前)은 그곳에 이르는 이웃 남원 땅의 지명들이다. 요즘 다들 흥부의 고향이 자기 동네라며 흥부박이라는 토산품을 양산하고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하는데 박을 캤다고 하는 소리는 강원도 평창에서 처음 듣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깡촌 동네는 전라북도 무진장(무주·진안·장수군)이다. 그 보다도 더 깡촌 동네는 강원도 평창군이다. 가정집에는 전기도 없고 비포장도로인지라 자동차가 지나가면 먼지가 푹푹 날고 여름에는 감자로 아침·점심·저녁을 먹고 겨울에는 옥수수로 세끼를 먹었던 마을이다. 지금도 멧돼지들이 활개를 치고 얼마 전에도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한 마을이지만 걸인이 지나가면 감자 와 옥수수도 삶아 배불리 먹이고 따뜻하게 잠도 재워주고 가다가 배고프면 삶아 먹으라고 감자와 옥수수를 한보따리 싸주는 등 요즘 세상에 쉽게 볼 수 없는 인심 좋기로 유명한 곳이 강원도 평창이다.
착한마음씨를 갖고 살던 산골마을 평창에 강남제비가 호박씨를 물고와 그 박을 심었더니 2011년 7월6일 드디어 대박이 터졌다. 우리속담에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했다. 평창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을 치루면 60조원의 순이익이 국가재원이 생기는 대박이 터졌으니 흥부의 고향은 강원도 평창이다.
IOC위원장이 평창이라고 승전보를 알릴 때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대한민국도 울고 평창도 울었다. 평창은 하얀 메밀꽃이 피고 청정자연숲과 때 묻지 않은 태양이 뜬다. 동네아줌마들이 만든 감자떡이 있고 쫄깃쫄깃한 찰옥수수가 있는 이곳에 평화의 대박이 터지길 기대하면서 착하게 살면 반드시 훗날 좋은 일이 생긴다는 흥부의 교훈이 생각난다.
박태원(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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