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여! 당신이 있었기에 행복했소
은혜가 풍성한 나무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싸주는 존재이다. ‘나무는 언제나 오래참고, 온유하며 남을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 한다. 나무는 모든 것 감싸주고 바라고 믿고 어떤 어려움도 참아낸다.’ 나무는 이 세상 끝까지 영원하며 오직 인간만을 위해 영생토록 희생하는 사랑하는 존재이다. 나는 나무가 있었기에 내 삶이 행복했음을 고백하고자 한다.
나무는 지상에 사는 모든 생물체중 근원이며 가장 위대하다.
나무는 지상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대기의 성분을 변화시켜왔다. 나무가 있기에 인간을 비롯해 숨을 쉬는 생명체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
지구가 탄생된 뒤 약 4억년 동안 격렬한 지각운동이 계속되어 대기권(大氣圈)은 산소와 질소로 공기가 이루어지지만 아주 옛날에는 탄소가 주성분이었다. 차츰 지각운동이 줄어들면서 지구는 안정을 찾았고 첫 생명체인 나무는 지구가 생겨 난지 약41억년 정도 쯤 제구실을 했다.
바다에 살고 있던 해초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지구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바다에서 살고 싶은 해초들은 바다에 머물고 토양에 원소를 갈구한 식물들은 삶의 터전을 육지로 옮겨왔다. 뭍으로 올라온 최초의 식물은 녹조류와 같은 단세포 식물로 약1억년 동안 육상 생활에 적응해왔다.
3억 년 전쯤 최초의 나무들이 오늘날 침엽수의 조상이다. 약2억7천만 년 전 석탄기 때에 숲은 매우 번창하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로 울창한 숲은 죽음에 이른다. 먹이 식물인 나무들이 사라지자 그때부터 거대한 공룡들이 죽어갔다. 나무들과 동물들의 사체는 유기물의 형태로 토양에 머물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인간이 사용하는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이다.
약 1억 5천 년 전부터 살고 있는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며 이 세상에서 동·식물중 가장 오래산다
세상의 고통을 다 겪은 나무들은 우리 인간에게 무한한 사랑과 덕을 말없이 베풀고 있다. 나무는 주어진 환경에도 잘 적응하면서 산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려서면 장마에 떠내려가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남의 자리를 엿보고 탐내지도 않는다.
물과 흙과 태양이 주면 주는 대로 받아먹고 홍수가나서 산이 무너져 떠내려가면 떠내려가는 대로 물의 처지만 기다릴 뿐이다. 소나무는 진달래를 내려다보되 깔보는 일이 없고, 진달래는 소나무를 우러러보되 부러워하는 일이 없다.
소나무나 진달래는 자기 할 일만 묵묵히 할 따름이다. 나무는 쓸쓸하게 세상을 살지만 고독의 멋을 안다. 아침의 고독을 알고 구름에 덥힌 저녁의 고독을 안다.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의 고독도 알고, 함박눈 펄펄 날리는 겨울 아침의 고독을 안다. 나무는 나이를 몸속으로 세기며 춥고 덥고, 불나고, 도끼로 찍고, 몽둥이로 때린 것을 일기 쓰듯이 다 기록한다고 한다.
나뭇잎이 쓸쓸히 떨어질 때면 새순을 기다리고 새순이 올라와 벌레들이 먹고 새가 와서 뜯어 먹어도 여유 있게 그냥 먹게 놔둔다. 새들이 나무에 집을 짓든, 구멍을 뚫어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안하고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는다. 보름달이 떠 환하게 웃어도, 바람이 불어 춤을 추어도 새들이 앉아 똥을 싸든, 태풍이 불어 나뭇가지가 부러져도 불평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을 위해 그늘을 만들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더 희열을 느끼며 산다. 나뭇잎은 숲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거룩한 전당이 된다.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하고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자연을 배우게 한다. 우렁찬 뻐꾸기 노래와 작은 새 소리에 귀 기울이며 여유 있게 세상을 살아줄 뿐이다.
나무는 믿음직하고 우직하며 겸손과 덕(德)이 있으며 오직 인간을 위해 존재 할 뿐이다. 교만한 인간은 그것도 모르고 발로 차고 나무에 이름을 새기고, 꺾고, 송두리째 뽑아가기도 한다. 그래도 나무는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나무는 언제나 하늘을 향해 나무를 만들어준 창조주께 감사드리며 하늘을 향해 손을 쳐들고 있다.
나무는 희생의 어머니요, 풍만한 사랑의 아버지이다. 지족상락(知足常樂)을 할 줄 아는 현인(賢人)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설(輪回說)과 영겁회귀(永劫回歸)설이 사실이라면 나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로 태어나고 싶은 심정이다.
사람도 큰 인물을 거목(巨木)이라고 부른다. 나무여! 당신을 진정 존경하고 사랑한다. 당신이 있기에 맛있는 열매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나무여! 당신이 있었기에 인간으로 태어나 행복했음을 고백한다.
생각해 봅시다
박태원(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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