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발상의 전환 “2호선을 타자” “대륙의 꿈”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 3학년 급훈(級訓)이 “2호선을 타자”라고 한다. 뜬금없이 고3 급훈에 지하철이 왜 등장하느냐고 어른들은 의아해하지만 젊은 청소년들의 기지와 함께 수험생들의 진학에 대한 절실함이 담겨 있는 정말 재치 있는 급훈이었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서울교육대학을 지나면 건국대학교와 세종대학교, 한양대학교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계속 가다가 신촌에 도착하면 이화여대, 연세대학, 서강대학, 홍익대학, 명지대학을 만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에 도착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게는 지하철 2호선은 반드시 타야 할 코스이자 목표 이기도하다.
‘개 새끼’ ‘소 새끼’ ‘말 새끼’ ‘돼지 새끼’라고 하면 욕이 되지만 ‘새끼 개’ ‘새끼 소’ ‘새끼 말’ ‘새끼 돼지’라고 부르면 너무나 정겹고 귀엽게 다가온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가 ‘발상의 전환’이라고 한다. 앞의 사례처럼 같은 단어라도 순서만 바꾸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의미로 느껴지고 지하철 2호선에 저런 내용이 있을 줄 우리 기성세대는 모르고 있었다.
발상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어떤 생각을 해낸다’라는 뜻이고, 발상의 전환은 자신이 떠올린 생각에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다. 보통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기존보다 더 나은 것을 원할 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발상의 전환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기존에 존재하는 것에 ‘왜?’라고 질문을 해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왜?’라는 나의 질문을 해결하는 데 도움 되는 기존의 기술, 생각, 방법 등을 다양하게 떠올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역발상(逆發想)이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생각과는 반대로 또는 거꾸로 생각해 내는 일’이라고 사전은 기록하고 있다. 이런 역발상 마인드를 가지고 성공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바닥 난방문화가 없는 유럽과 러시아에 전통 온돌을 수출했으며, 4계절 여름인 동남아와 중남미에 제설기로 눈 제조기술을 수출, 그리고 김을 반찬이 아닌 스낵으로 마케팅하여 전 세계적으로 김을 수출했으며, 고기는 불판에 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적외선 그릴로 수출에 성공한 회사들이 바로 역발상의 성공사례들이다.
바로 발상의 전환인 것이다. 이런 마인드가 더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정치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내년에는 대통령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가 연이어 펼쳐진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조금만 더 위를 보고, 아래를 보고, 옆을 보면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의정부, 양주, 동두천, 연천으로 이어진 경원선이 백마고지역에서 북으로 가는 길이 막혀있는 것이 아니라 평강, 원산, 나진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로 볼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 프랑스 파리로 가는 출발지다. 유럽으로 가는 철도가 연결되기를 희망하고 뜻을 모으는 의미로 ‘대륙의 꿈’이라 부르면 어떨까 한다. 정치도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에 이런 발상의 전환과 역발상의 정신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지역을 위해 정치하겠다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이제 올해의 가을도 저물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독자들은 이런 사고(思考)에서 벗어나 ‘또 새로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저히 하지 못할 일도 아닐 것이다. ‘작은 것에서부터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 보았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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