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나무의 뿌리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에는 신록과 함께 어린이날이 있고 초록이 더 짙어지면 어버이날이 찾아온다. 꽃향기가 짙어지면 스승의 날이 오고, 풀잎 냄새가 물씬 풍기면 부부의 날이 온다.
만개(滿開)아래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다 보면 5월은 역시 어린이들과 잘 어울리는 좋은 계절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꽃이라도 달아 드리고 싶어도 어느 새 부모님은 이 지구촌에서 보이질 않는다. 5월의 공통분모는 무엇인가. 가정의 웃음소리다. 자녀, 부부,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기에... 그런데 행복과 사랑과 가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독신자가 있는가 하면 이혼하는 사람도 많아져서 ‘가정의 위기’가 심각하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 한창 밝고 씩씩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의 마음과 얼굴에 ‘그늘’이 서린다. 요즘엔 옛날과 달리 부모가 엄연히 살아 있는데도 아이들이 복지시설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고, 부모가 이혼, 별거로 고아 아닌 고아가 된 아이들이 많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의 중심에는 ‘문제가정’이 있다. 부부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 간의 불화, 폭력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무관심 속에 버려지는 아동, 끝없이 내몰리는 힘없는 노인들.... 사회가 복잡해지고 기계화돼가면서 가정은 더욱 외로운 섬이 돼가고 있다.
내가 아는 버스운전기사는 하루 종일 정해진 코스를 왕복하다 언제나 밤늦은 시간에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지만 발걸음은 늘 행복하다고 한다. 왜냐면 늘 곁에서 자기를 기다려주는 따뜻한 아내와 자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그의 지친 몸을 지탱해주는 삶의 에너지이고 행복지수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밖의 일이 고되고 힘들더라도 이를 능히 감내할 수가 있다. 가정이 원만하지 못하면 그 무엇을 손에 넣었다 해도 행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로또에 당첨된 가정이 행복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한 순간엔 행복한 듯 보였지만, 얼마 못 가서 등터지고, 갈라지고, 무너졌다는 얘기는 수없이 들었다. 돈이 최고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게 행복일 수는 없는 것이다. ‘가족애’ 라는 말은 그래서 들을수록 따뜻함이 느껴지는 어휘다. 가족만이 지닐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포근한 사랑, 가족애, 이것만 붙들고 있으면 그 어떤 거친 세파일지라도 거뜬히 넘어설 수가 있으리라 믿는다.
세상의 온갖 성공 뒤에는 뜨거운 가족애가 뒷받침되고 발판이 되었다. 가정의 중요성은 여기서만 그치지는 않는다. 사회와 국가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가정이다. 그것은 마치 나무의 뿌리와 같은 것이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라야 제대로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화목한 가정과 화목한 사회가 있을 때 국가는 크게 발전 할 수 있다.
5월은 우리 모두 가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삶의 속도를 잠시 줄이고, 거친 숨도 잠시 가라앉히고, 차분한 눈길로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내 가족을 바라보자. 이들보다 더 소중한 게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가정은 지친 몸을 누일 수 있고, 가난하지만 꿈을 키울 수 있고, 착한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고, 우주보다도 더 너른 자유와 행복의 광장이다.
김후란의 시(詩)에 ‘거치른 밤/ 매운 바람의 지문이/ 유리창에 가득하다/ 오늘도 세상의 알프스 산에서/ 얼음 꽃을 먹고/ 무너진 돌담길 고쳐 쌓으며/ 힘겨웠던 사람들/ 그러나 돌아갈 곳이 있다/ 비탈길에 작은 풀꽃이/ 줄지어 피어 있다./ 멀리서/ 가까이서/ 돌아올 가족의 발자국 소리가/ 피아니시모로 울릴 때/ 집 안에 감도는 훈기/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돌아갈 곳이 있는 그 곳은 훈기가 감도는 집,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집이어야 한다.
이런 가정에서 사는 사람들이 머릴 맞대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사회가 바로 이상사회요, 행복한 사회라는 것이다. 가정이란 즐거움과 재미와 사랑만이 넘치는 장소가 아니다. 때론 전쟁의 날도 있고 웃음의 날고 있다. 그러면서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가정은 첫째 가족 간의 이해이고 둘째도 이해, 셋째도 이해다. 가족 간의 이해는 성숙한 사회를 구현하고 건전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풍성한 삶과 행복한 삶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 모두 실천해보자.
박태원-살며 살아가며
박태원(논설위원, 호원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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