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종 세상 이야기
무하유지향 (無何有之鄕)
깊이 흐르는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이 정말 정치를 잘하면 마치 안 하는 것과 같다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즉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말로, 장자(莊子, BC 369~BC 289 중국 고대의 사상가,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도가(道家)의 대표자)가 추구한 무위자연의 이상향을 뜻한다. 즉 원 없다’ 더 바랄 게 없다는 얘기다. 참으로 듣기 좋은 말이다. 정말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의미의 말로 베이컨의 ‘노바 아틀란티스(Nova Atlantis)’, 도연명의 ‘무릉도원(武陵桃源)’, 힐턴의 ‘샹그릴라(Shangri-La)’, 중국 고대의 이상향 ‘화서국(華胥國)’과 ‘귀허(歸墟)’, 행복의 동산 ‘발할라(Valhalla)’, 그리고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등이 있다.
어느 철학자는 장자를 ‘참으로 행복한 장자’라고 표현한다. 어떤 사람이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장자에게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무하유지향에 대한 갈망을 표현했다. “물러가라. 너는 야비한 인간이로구나. 이 얼마나 불쾌한 질문이냐. 난 지금 조물주와 벗이 되려 하고 있다. 싫증이 나면 다시 아득히 높이 나는 새를 타고 이 세계 밖으로 나아가 아무것도 없는 곳(無何有之鄕)에서 노닐며 끝없이 넓은 들판에서 살려한다. 그런데 너는 어찌 천하를 다스리는 일 따위로 나의 마음을 괴롭히는가.” 참으로 행복한 장자답다.
MB정부의 가장 큰 소원(?)은 우리 국민들에게 ‘747공약’을 이루어는 주는 것이다.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 아~ 이런 목표가 이루어진다면 유토피아는 아니라도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이너스 성장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식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나마 우리경제는 3-4%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어 ‘747’공약은 물 건너가는 듯하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정치에 민감한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유럽 같은 선진국의 경우 대통령이나 수상이 누가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와 달리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무하유지향과 같은 정치를 한다는 말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즉 깊이 흐르는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이 정말 정치를 잘하면 마치 안 하는 것과 같다.
드디어 6.2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야당의 완승이니 여당의 완패니 말들이 많다. 이제 와서 이런 소리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이다. 영화 ‘소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에서 이런 구절이 있다. “희망은 너무 무서운 것이야”라고. 하지만 베스트셀러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의 저자 랜디 포시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도 감사와 기쁨을 잃지 않으며 ‘희망’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행복한 삶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며, 매일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라. 이것은 오늘을 힘겨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선사하고, 삶을 살아가는 즐거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그리고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한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는 “저도 빙판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울었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힘들고 짜증나고 눈물 나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 뒤엔 ‘만족(성공)의 희열’이 찾아온다”라고 했다.
우리는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같은 세상은 없다. 다만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의 마음이 이런 정신을 본받아 조금이라도 노력했으면 한다. 그리고 서양에서 말하는 유토피아 역시 어느 곳에도 없는 땅이다. 그러나 무하유지향이나 유토피아도 어느 곳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이지만, 우리의식 저 건너편에 확실히 존재하는, 우리가 도달해야 할 가장 높은 안식처인 것은 확실하다.
우리는 언제나 가상의 나라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딱히 결론지을 만한 것은 없지만 다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깊이 흐르는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이 정말 정치를 잘하면 마치 안 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로 마무리 짖고 싶다.
이세종/논설위원, 그는 양주에서 태어나 고려대정치외교학과 졸업하고, 한국정치의 거목인 김영삼, 김종필 비서로 현장정치를 경험하면서 비전과 현실을 묵도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양주에서 새로운 꿈을 실현하고자 미래양주발전연구소를 개설하고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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