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시 통합은 다가오는 통일시대에 새로운 내일을 여는 큰 길
이기종 교수
‘북으로 소요산 남에는 한강 2읍 14면’
‘북으로 소요산 남에는 한강 2읍 14면’ 어렸을 때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그 당시 양주군 회천면 덕정리에 소재한 덕정초등학교를 다닐 때 불렀던 양주군가의 첫 소절과 마지막 소절의 가사이다. 그 당시 의정부는 시가 되어 양주에서 떨어져 나갔고 남아 있던 양주군을 노래한 것이다. 그렇다! 노랫말에서처럼 그 당시 양주는 북쪽의 끝은 연천과 닿아 있고 남쪽의 끝은 한강과 닿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소절에서 2읍은 동두천읍과 구리읍이었다. 아직도 필자의 뇌리 속에는 그 당시 웅대한 양주군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양주가 지역에 내재된 심리사회적 역사성이나 지리적 편의성 등은 무시되고, 인구 5만이 넘으면 시로 승격시키는 행정당국의 기계적 조치에 따라 이리저리 나누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누는 것이 행정조직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지역주민의 생활편의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생활권이 같은 지역을 인위적으로 분할해 기형적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역주민의 의식구조와 사고방식, 생활양식을 그 기형적 상태의 틀 안으로 고착화시켜 지역통합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3년 전 필자는 북경기신문 현성주 편집국장에게 남·북간 교통축에 놓여 있어 생활권이 같은 의·양·동 3개시통합 시민운동을 시작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그 후 3개시 통합운동이 추진되었으나 통합의 전제조건에 동의하지 못한데다 양주시에서 주민투표 또한 부정적으로 나타나 무산된 바 있다. 그러면 왜 지금 다시 의양동 3개시 통합을 추진하자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흩어졌던 형제가 다시 모여 같은 살림을 살자는 것이다.
과거 중앙 행정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분할되어 서로 딴 살림을 차려야만 했는데, 지방자치가 시작되었으니 이제 스스로 살림을 합쳐 상승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혼자서는 적정규모가 안되어 할 수 없는 것이 많지만 합쳐지면 규모의 힘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너지가 발생되는 것이다. 지리가 연접되어 있고 역사적으로 같은 뿌리인데다 생활권이 같아 문화적 동질감을 공유한 규모의 힘을 낼 수 있는 지역이 새로 탄생되는 것이다.
통합을 하게 되면 얻게 되는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당장 지역현안 중의 하나인 7호선 연장도 경제성 논리에 밀려 쉽게 진척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 정주인구 및 유동인구가 늘어나게 되므로 경제적 타당성을 갖게 되고 동두천지원특별법, 교외선 재개통, 3번국도 우회도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현안이 쉽게 해결점을 찾게 된다. 또 하나 경기북부에 인구가 유입되지 않아 양주시나 동두천시 모두 주민등록이전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통합시가 되어 적정규모가 되면 지역인프라가 개선되고 그 결과 접근성도 향상되어 저절로 인구가 늘어나게 된다. 인구가 늘어나면 일자리도 늘어나게 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자연히 시민의 삶의 질도 향상되고 도시의 품격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당연히 시민의 자존심도 고양된다.
또한 의정부나 양주가 모두 차야 동두천에 인구가 유입될 것이므로 동두천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중심역할을 하는 곳이 어디인가? 당연히 서울이 중심부이다. 그러면 동두천은 서울과 한 발이라도 더 가까운 양주와 합쳐야 하나? 아니면 더 떨어진 연천과 합쳐야 하나? 옛말에 송무백열(松茂柏悅)이라 했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말이다. 소나무가 무성한데 왜 잣나무가 기뻐하는가? 소나무가 잘 자라면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잣나무도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두천과 양주나 의정부의 관계는 이런 관계이다. 통합시가 된다고 해서 어느 한쪽만 유리하고 다른 쪽은 불리해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통합시를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3개시 통합이 지지부진한 것은 통합운동을 추진하는 시민단체의 역량이 부족한 탓도 분명히 있다. 통합이라는 취지는 시대흐름에 맞는 것이기는 하나 이를 널리 알리지 못하고 많은 이해당사자의 견해 차이를 균형자적 입장에서 조율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의 적극적 참여와 활동이 요구된다. 통합운동에 대해 건설적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 다함께 내일로 가는 희망열차를 타야한다. 지역사회의 큰 이슈인 만큼 소외되거나 의사표명이 배제되는 집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을 언제나 염두에 시민단체는 통합운동을 추진해야 한다.
이제 3개시 통합에서 빚어질 수 있는 이견을 하나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통합시청의 소재지는 의양동 중간지점인 양주 어디쯤에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양주시청 맞은편에 들어서는 행정타운에 통합시청이 들어서면 좋겠다. 전철에서도 멀지 않고 동서남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3개시 통합이 오히려 지역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우려 또한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통합이 양주나 동두천의 독자적 발전에 걸림돌이 되며, 두 도시가 시세가 큰 의정부에 흡수되며, 동두천지원특별법 제정의 추진동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통합의 힘으로 지역발전의 동력을 얻을지언정 약화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적정규모 이상이 되어 파이가 커지게 되면 중앙정치권도 지역주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지금처럼 소규모 상태로 나뉘어 있는 한 그들은 해방이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지역에 이런저런 규제의 틀만을 강요하고 지역주민의 민생과 현안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3개시가 통합되어 파이가 커지고 힘이 생기면 중앙정치권도 우리지역을 외면하기 힘들게 된다. 이는 마산, 진주, 창원이 합쳐진 창원시가 예전과 다른 대접을 받는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3개시 통합이 과연 지역주민의 뜻에 반하는 것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는 의정부 71.4%, 양주 40.6%, 동두천 70.3%가 찬성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양주의 결과이다. 통합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반대의 소리만이 양주시를 뒤흔들었음에도 40.6%라는 찬성 의사표시가 있었던 점은 진정한 시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약 통합에 대해 주민이 자유로이 의사를 개진할 수 있었던 분위기였다면 결과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단언하건대, 3개시 통합은 다가오는 통일시대에 우리가 새로운 내일을 여는 중심임을 온 세상에 알리는 것이며, 해방이후 우리에게 덧씌워진 2중3중의 굴레를 우리 스스로 벗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통합에서 있을 수 있는 소소한 갈등과 이해를 넘어서 대승적 차원에서 내일을 준비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이기종 교수는 의·양·동 추진위원으로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KBS객원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로 대학기관인증위원장, 동아시아비전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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