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호 호 듀엣’이 사고를 쳤다.
기자수첩/ ‘호 호 듀엣’이 사고를 쳤다.
지난 1월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4관왕에 올랐는데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건 101년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마지막으로 발표된 최우수작품상까지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특히 비영어권 영화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것 역시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라는 점이 큰 의미를 주고 있으며 아울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것도 64년 만이며 역대 두 번째라고 한다.
현성주 편집국장의 기자수첩/ ‘호 호 듀엣’이 사고를 쳤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는 전원 백수 가족으로, 동네 피자가게 박스 접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장남 기우(최우식)가 친구의 소개로 고액 과외 자리를 맡게 된다. 동생인 기정(박소담)의 도움으로 명문대생으로 위장한 기우는 박사장 큰딸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되고, 이후 기정을 비롯해 기택과 아내인 충숙(장혜진)까지 각각 미술교사, 운전기사, 가정부로 박 사장네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은 예측불허의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호 호 듀엣’은 전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을 강하게 끌었고 결국은 백인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아카데미의 사고를 허물고 이런 쾌거를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평론가들은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은 세계영화사를 새롭게 썼다.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계영화사에 오래 남을 획기적인 사건을 만들었다”며 평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평론가는 “1929년 아카데미상이 출범한 이래 92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멋있는 역전극이 되었으며 국가와 인종 종교 등 차별의 벽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거듭나려는 아카데미상의 변화를 ‘기생충’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라며 수상 의미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외신들은 일제히 비 영어 영화 작품상 역사상 최초이며 비 영어 자국 언어 감독상 아시아 1호라면서 서구 관객 평단 사로잡은 각본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첫 국제영화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한류’라는 단어의 무게감은 우리가 느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봉준호 감독의 이번 수상을 보면서 우리국민들은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문화는 정부 위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국민들 스스로가 만들고 발전해 간다는 점을. 우리나라의 한류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자 이런 점이 배가 아팠던 일본은 이른바 ‘쿨 제팬’이라는 정부주도하의 문화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과거 우리도 정부주도하의 문화정책을 편 적이 있었지만 다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전철을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호 호 듀엣’이 이루어낸 이번 ‘뜻밖의 사고’를 보면서 대한민국도 문화 강국으로 한 단계 성숙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쨌거나 이들이 이룬 아카데미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글/ 현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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