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장 탐사(2)
시베리아 횡단철도 기념탑 앞에서 선 취재팀
북경기신문 창간12주년 특별기획/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장 탐사(2)
‘잠자는 땅(시베리아)’에서 ‘대륙의 꿈’ 꾸다
(지난 호 이어) 1992년까지는 극동함대 주둔지로 외국인은 출입을 금지했고 내국인도 사전허가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했다. 우리 취재팀은 하선 후 출입국 심사대에 섰다. 출입국 심사대는 3곳으로 러시아 특유의 모자를 쓴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바삐 손을 움직이지만 전산처리 시스템이 잘 안됐는지 입국심사자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심사대와 세관이 있는 건물 외형은 러시아 특유의 화려함과는 달리 실내는 인테리어나 판촉안내판이 없는 썰렁한 건물이었다. 통로를 이동 할 때 발소리가 울릴 정도였고, 러시아 관리들은 매우 사무적으로 여행객을 대했다.
<현대, 대우 중고버스 만나>
짐을 찾아 블라디보스토크항구 여객터미널 밖으로 나오자 입국 및 통관을 진행하던 삭막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상가에는 우리 내 시장 통 같은 느낌이 들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장 탐사(2)
주위를 살펴보니 다리를 사이에 두고 블라디보스토크역과 마주보고 있었다. 역 앞에는 연해주 인근으로 가는 종합버스터미널에 많은 버스가 시동을 켜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는 우리의 현대, 대우 버스가 눈에 띠었고, 어떤 버스는 ‘미아리’ ‘수유리’라는 한글 행선지 표기를 그대로 붙이고 거리를 누비고 있어 친근감을 더해 줬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장 탐사(2)
<여기가, 시베리아 횡단철도 시발점>
블라디보스토크는 항구를 중심으로 발단된 60만 도시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번 취재의 목적지인 시베리아 횡단철도 출발지가 이렇게 빨리 우리 앞에 나타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역 철로 중앙에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 부설 기념탑으로 향했다.
항구여객터미널과 역을 이어 주는 다리 중간에 위치한 계단을 타고 내려가 기념탑 앞으로 다가섰다. 맨 위에는 쌍두독수리 금빚 상징문양이 하단부 위쪽에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거리를 표기한 9288Km가 쓰여 있었다. 높이는 7~8m 정도로 보이고, 네모난 철 기단 위에 원통형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은 1891년 시베리아횡단철도 기공식에 황태자 니콜라이 2세가 블라디보스토크로 달려와 시삽했고, 완공 후 이곳에 기념탑을 세워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념탑과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기관차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싸우는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서유럽으로 800만톤의 무기를 보낸 맹방을 상징하는 기념물이었다. 또 이곳은 1905년에는 극동지역 헤게모니를 잡기위해 일어난 러, 일 전쟁의 중심 무대이기도 하고, 안중근, 이상설, 최재형 등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삼았던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잠에서 깨어나는 시베리아>
시베리아는 ‘잠자는 땅’이란 뜻의 타타르어 ‘시비르’가 그 어원이다. 우랄산맥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뻗어 있는 4,488㎞의 광활한 평야지대인 시베리아는 가스, 유전 발굴로 잠자는 땅에서 동북아 신(新)성장 동력을 만들어 줄 개발의 땅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19세기 이전에는 우랄산맥 서쪽에 살던 러시아인들이 모피를 찾아 동쪽으로 가는 길이 필요했고, 중국남방과 교역을 위해 부동항이 필요해, 러시아인들은 시베리아 동쪽으로 진출했다. 본격적인 개발은 1891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공사는 1916년까지 25년에 걸쳐 건설됐고, 공사에 동원된 사람은 시베리아로 유형된 죄수, 중국인, 그리고 일부 조선인들이 었다.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 진다>
기념탑을 보며 참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이고 인류가 만들어 놓은 가장 긴 인공물이기도 하다. 의정부에서 출발하는 경원선 열차가 원산, 나진을 거쳐 러시아 핫산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유럽으로 가는 ‘대륙의 꿈’을 꾸어 본다.
지난 8월 15일 문재인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향후 30년간 7개 경협사업에서 170조원의 이익을 낼 것”이라며 그 중심에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구성이 EU탄생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비전이라고 생각된다. 1990년 러시아와 수교하기 전만 해도 적대적 관계였지만 이제는 친근한 이웃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러시아는 무비자로 90일까지 체류가 가능하며 양국 간 교역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한-러 공동선언을 통해 철도 및 가스 등 경제협력과 인적교류를 위한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의 참여가 없어 성과를 보지 못하다가 최근 문재인, 김정은 두 정상이 판문점 회의를 통해 남북교류와 협력 다짐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메타기 없는 택시 800루블로 결정>
이런 흐름 속에 유럽으로 출발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 출발점에 선 우리는 의정부에서 출발한 열차가 이곳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하바롭스크 모스크바 그리고 유럽으로 향하는 꿈을 구워 본다. 우리가 기차로 이곳에 오려면 단절된 경원선 복원이 선결 과제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렸고, 지금도 남북긴장이 존재하는 중부전선에는 남북을 연결하는 3개의 철도 중 유일하게 단절(백마고지역~평강)된 철도가 방치되어 있다. 진정한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번영을 원한다면 의정부에서 출발하는 경원선과 북한 평라선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도하며 신작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베르흐네포르토바야거리는 많은 사람으로 붐볐고, 우리는 대로변에 서 있는 택시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호텔 ‘갈리니나’로 가는 택시 값을 흥정하기기 시작했다. 1000루블 아니 600루블... (다음호 계속)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장 탐사(2)
항구 한쪽에서 석탄을 배에 싣고 있다.
취재/ 현성주, 사진 배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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